[KS] '염갈량 vs 사마중일', 지략대결 승자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1.08 06: 15

중국 2세기 말~3세기 말의 역사를 다룬 역사소설 에는 라이벌이 다수 등장한다. 이 가운데 삼국지 중후반부의 핵심 스토리는 제갈량과 사마의가 벌이는 지략싸움이다. 제갈량은 수 차례 사마의를 위기에 빠뜨렸지만 촉나라와 위나라의 국력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만다.
넥센 염경엽 감독의 별명 가운데 하나는 '염갈량'이다. 단순히 작전구사에 능한 것뿐만 아니라, 팀의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져 취임 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업적을 일궜다. 올해는 한국시리즈에 진출, 첫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전투에서의 신기묘산 뿐만 아니라 정치가로서 능력이 더 뛰어났던 제갈량과 많이 닮아있어 야구 팬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삼국지로 치자면 류중일 감독의 별명은 누구로 해야 할까. 이번 한국시리즈로만 국한한다면 사마의가 괜찮다. 사마의의 자(字)는 중달, 마침 류중일 감독과 이름 한 글자가 같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사마중일'이라고도 부른다. 사마의는 위나라의 정권을 잡은 뒤 훗날 삼국을 통일하게 되는 진나라의 시조가 된다. 삼성 왕조를 세운 류중일 감독과 닮은 부분이 있다.

그러고보면 '염갈량'과 '사마중일'은 삼국지 속 상황과 비슷하다. 제갈량이 속했던 촉나라는 위나라에 비해 영토와 인구, 인재 모두 뒤졌다.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적시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촉나라에 비해 상황이 넉넉했던 위나라는 상대가 걸어오는 싸움에서 지키기만 해도 장기전에서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단기전은 투수력, 특히 선발투수 싸움이다. 타선의 장타력은 넥센이 삼성에 비해 앞서지만, 선발진은 삼성이 월등히 낫다. 삼성은 정규시즌에서도 유일하게 5선발이 돌아가는 팀이었고, 넥센은 밴헤켄과 소사 두 명이 선발진을 이끌다시피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넥센은 오재영까지 포함시켜 3명으로 선발진을 꾸린 반면 삼성은 4선발에 언제든 스윙맨으로 투입 가능한 배영수와 차우찬까지 대기 중이다.
1차전은 조상우 2이닝 카드를 성공시킨 넥센이 이겼지만 2,3차전은 삼성이 두터운 마운드를 앞세워 넥센 타선을 1득점으로 묶어 2연승을 거뒀다. 넥센이 처한 더 큰 문제는 안 그래도 부족한 선발진에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고 올라왔기에 체력적 부담이 있다는 점이다. '염갈량'은 조상우와 손승락, 한현희 카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난국을 타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마저 지쳐가며 힘든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사마중일' 류중일 감독은 순리대로 마운드를 운용하며 지키기만 해도 유리한 상황이다. 넥센전 평균자책점 24.30으로 부진한 마틴을 그대로 4차전에 내는 것도 마운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5차전에서 5일 동안 푹 쉰 에이스 밴덴헐크가 나오지만, 넥센은 4일만 쉰 소사가 등판할 예정이다.
8일 벌어질 4차전, 넥센은 밀리면 더욱 어려워진다. 반면 삼성은 만약 진다고 해도 선발진이 두텁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 '염갈량'과 '사마중일' 지략대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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