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부상 악재도 히든카드’ 삼성, 4연패 보인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1.08 06: 17

주전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 우려마저 전술적으로 활용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자신들의 강함을 4년째 증명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박한이의 결승 투런홈런을 앞세워 넥센 히어로즈에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1패 뒤 2연승을 거둬 2승 1패가 된 삼성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향한 잰걸음을 계속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과 넥센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장원삼과 오재영의 선발 맞대결은 백중세였으나, 대주자와 불펜 맞대결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안지만-임창용이 이어 던진 삼성 불펜은 2⅔이닝 무실점했고, 넥센 불펜은 조상우가 1⅓이닝 무실점 호투했으나 불운 속에서 손승락과 한현희가 2⅔이닝 3실점으로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대주자 활용에서도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의 대주자 박해민은 8회초 2사 1루에 나온 이승엽의 행운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타구가 뜨자마자 전력으로 질주한 박해민의 노력이 1-1 동점을 만들었다. 반면 7회말 김민성을 대신해 1루에 나간 유재신은 거듭된 안지만의 견제에 1루에서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여기서 추가점을 뽑지 못한 넥센은 역전패를 당했다.
박해민의 투혼은 공수에서 돋보였다. 2차전에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왼손 약지가 꺾여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은 박해민은 부상 직후에도 바로 교체되지 않고 후속타에 홈까지 들어오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날 역시 2사 1루에 이승엽의 행운의 안타를 적시타로 만들어준 것은 박해민의 발이었다. 타구가 뜨는 순간부터 부지런히 뛴 덕에 득점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호수비로 넥센이 피우려 했던 추격의 불씨를 껐다. 9회말 임창용이 유한준을 상대로 중전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지만, 박해민은 그림 같은 슬라이딩 캐치로 땅에 떨어지기 전에 공을 글러브 안에 넣었다. 첫 아웃카운트를 만든 임창용은 승리로 가는 남은 아웃카운트 2개도 비교적 수월하게 잡았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불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임창용까지 살린 슈퍼캐치였다. 박해민은 그야말로 삼성의 히든카드였다.
삼성의 저력은 박해민을 활용하는 방법에서도 드러났다. 손가락 인대가 손상되어 타격과 수비가 힘들 것이라 여겼지만, 박해민은 투혼으로 모든 것을 해냈다. 선발로 출전하지 못한다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류중일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 근성 있는 박해민을 멋지게 활용했다. 박해민은 팀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타격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3차전을 통해 나타났다.
박해민의 부상으로 선발 출장 기회를 얻은 김헌곤이 제 몫을 충분히 해준 것도 삼성의 힘이었다. 김헌곤은 팀이 0-1로 뒤지던 6회초 2사 1루에 조상우의 커브를 공략해 좌측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2루타를 터뜨린 것을 포함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선발 출장이었으나, 큰 경기에도 얼어붙지 않고 소임을 다했다. 남은 경기에서 김헌곤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도 삼성이 승리 속에서 얻어낸 값진 수확이었다.
지난 3년간 숱한 위기들을 헤쳐 나가며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삼성의 노하우는 강적인 넥센을 만나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넥센도 강하지만, 삼성이 더 강한 느낌이다. 주전 선수의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신기에 가까운 용병술로 커버하며 히든카드로 승화시킨 류중일 감독의 지략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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