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당신들이 술 맛을 알어? 아냐고…."
'미생'이 위안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겼다. 달면서도 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술 맛'처럼.
회사 업무에 있는 힘껏 매달리고, 부딪히고, 좌절하는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시청자들은 화면 속 그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잠시나마 위로 받았다. 하지만 결국 '사내 정치'에 밀리고, 상사에 밉보인 탓에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현실의 벽에 착잡함을 느껴야했다.

지난 7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원작 윤태호) 7회는 그야말로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 오과장(이성민 분)의 고군분투기였다. 김부장이 추진했던 중국 건 대신 이란의 원유개발 건을 추진하고자 나섰던 패기는, 결국 김부장의 반려로 꺾였다.
다시 받아든 중국건도 순탄치 않았다. 달라진 국제정세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것. 큰 리스크를 느끼고 발을 빼려는 김부장을 설득한 건 또 다시 오과장이었다.
위기를 넘고 넘어,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가 했던 드라마는 우리네 현실과 똑닮은 암초를 만나 힘없이 초라하게 고꾸라졌다. 오과장이 진행했던 중국건은 승진을 노리는 영업2팀 고과장(류태호 분)의 사내 정치에 한 번, 평소 오과장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던 최전무(이경영 분)의 훼방으로 두 번, 좌초했다.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 하염없이 술잔을 비우는 오과장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위로조차도 할 수 없는 신입이라, 죄송합니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그래(임시완 분)의 내레이션은 안방극장의 시청자를 끝내 울렸다.
만취한 상태로 귀가해 변기에 머리를 박고 토하던 중 아내의 '왜 술을 마시냐?'는 구박엔 그저 "맛있으니깐"이라 대답하는 고과장. 그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향해 "당신들이 술맛을 알아?"라고 묻는 장면은 또 한 번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술 맛'을 제대로 아는 시청자라면, TV를 통해 방송되는 '미생'이 딱 그것과 닮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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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