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미생', 임시완 울고 시청자도 울었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11.08 12: 20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신입이라 죄송합니다."
 배우 임시완, 아니 '미생'의 장그래가 끝내 우리를 울렸다. 더러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들이붓듯 마시는 오과장(이성민 분)의 쓰디쓴 술잔을 바라보며 속으로 곱씹던 대사 한 마디가 도화선이 됐다. 밖으로 내뱉지도 못한 채 독백했던 이 말은 간신히 붙들어 매고 있던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여타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재벌 2세도 아니고, 화려한 스펙도, 능력도, 화끈한 조력자도 없다. 고작 '새삥'인 노력만 붙잡고 세상과 부딪히려는 장그래(임시완 분)는 정말 이날 오과장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애'라 자신을 불러주고 마음을 녹여준 존경하는 직장 상사였지만, 신입사원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술잔을 비우는 일 뿐이었다.

앞서 영업3팀을 위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원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안영이(강소라 분)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장그래에게, 오과장이 건넸던 충고가 딱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오과장은 "어설프게 보은하려 하지마라. 그것도 능력이 있어야 한다. 능력도 없는 놈이 도와준다고 설치는 것만큼 민폐도 없다"고 했았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허투로 넘어가는 게 없다. 능력 없는 장그래는 '죄송합니다'를 홀로 되뇔 수 밖에 없었다.
'미생'은 술처럼 달고 쓴 드라마다. 우리에게 위안과 씁쓸함을 함께 안긴다. 달면서도 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술 맛'과 같다. 회사 업무에 있는 힘껏 매달리고, 부딪히고, 좌절하는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시청자들은 화면 속 그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잠시나마 위로 받았다. 하지만 결국 '사내 정치'에 밀리고, 상사에 밉보인 탓에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현실의 벽에 착잡함을 느껴야했다.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실적을 올리고 승진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영업2팀 고과장(류태호 분), 그런 고과장의 접대와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손을 들어주는 김부장, 오과장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자원팀 마부장(손종학 분)과 원인터의 실세 최전무(이경영 분) 등은 모두 과장된 모습이 아닌 현실과 똑 닮은 모습이었기에 더욱 착잡했다.
위기를 넘어, 영업 3팀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법한 드라마는 그렇게 현실처럼 초라하고 힘 없이 고꾸라졌다. 만취한 채로 귀가해 변기에 머리를 박고 토하던 중 아내의 '술을 왜 마시냐?'는 구박엔 "맛있으니깐" 대답하는 고과장. 그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향해 "당신들이 술맛을 알아?"라고 묻는 장면은 또 한 번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술맛'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라면, TV를 통해 방영중인 '미생'이 딱 그것과 닮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gato@osen.co.kr
'미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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