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33, 넥센 히어로즈)이 승리를 만드는 결정적인 3점홈런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믿음에 보답한 한 방이었다.
유한준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3타수 2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결승타가 된 1회말 희생플라이도 유한준의 방망이에서 나왔고, 초반에 승기를 잡게 한 결정적인 3점홈런 역이 유한준의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넥센은 9-3으로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됐다.
지난 3차전까지 팀은 1승 2패로 삼성에 뒤졌으나, 유한준은 넥센 타선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1차전 3타수 2안타, 2차전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유한준은 3차전 볼넷 1개 포함 3타수 1안타로 막강한 삼성 마운드에 맞섰다. 합계 10타수 4안타로 뛰어났고, 매 경기 최소 1번은 출루했을 정도로 꾸준했다.

패하면 1승 3패가 되어 벼랑 끝에 몰릴 수도 있는 4차전에서 베테랑 유한준의 방망이는 다시 힘을 냈다. 3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유한준은 1회말 첫 타석에 서건창이 3루 도루를 성공시킨 뒤 가볍게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내 희생 플라이를 만들었다. 넥센의 선취점이자 결승점이 된 귀중한 희생 플라이였다.
다음 타석에서는 일찌감치 승기를 잡게 하는 결정적 홈런이 터져나왔다. 팀이 2-0으로 앞선 2회말 2사 2, 3루에 나온 유한준은 배영수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3점홈런으로 5-0을 만들었다. 마운드에 에이스 앤디 밴헤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리로 갈 수 있는 충분한 점수였다.
7회말에는 삼성의 추격 의지마저 꺾어버렸다. 바뀐 투수 김현우를 맞이한 유한준은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이 홈런에 경기는 8-1이 됐다. 필요할 때 나온 2개의 홈런과 희생타가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마운드에 밴헤켄이 있었다면, 타선에는 유한준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성으로서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유한준에게 당했다. 유한준 앞뒤에 있던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등에 신경을 쓰는 동안 유한준은 천천히 삼성을 위협했고, 끝내 승리를 넥센으로 가져왔다. 유한준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7타수 4안타로 타율이 2할3푼5리에 그쳤으나 홈런이 2개나 있었을 정도로 가을에 유감없이 장타 본능을 과시하고 있었다. 한국시리즈에 와서는 타율까지 끌어올리며 어느덧 경계대상 1호가 됐다.
지난 3차전 박해민의 투혼과 박한이의 결승 투런홈런에 넥센은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 5타점을 기록한 유한준의 신들린 방망이가 다시 넥센의 분위기를 살렸다. 이제 승부가 7차전까지 가면 밴헤켄을 다시 만나야 하는 삼성은 5, 6차전을 모두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삼성을 쫓기는 상황에 놓은 것은 바로 유한준이었다. 이제는 믿고 쓰는 가을 영웅이라 하기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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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