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주원, 연기왕의 미래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11.09 07: 57

배우 주원이 또 한 번 본 적 없는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섰다. 영화 '패션왕'(감독 오기환)의 주인공 '우기명'으로 분해, 데뷔 후 첫 고등학생 연기는 물론 촌스러운 빵셔틀에서 화려한 패션왕으로 거듭나는 드라마틱한 연기를 펼쳤다.
지난 6일 개봉한 '패션왕'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간지에 눈 뜬 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기안고등학교 빵셔틀 우기명의 도전기를 그린다. 다가올 수능 특수와 더불어 10대 20대 소녀 팬들의 지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워낙 원작이 신드롬급 인기를 모았던 데다 주원 외에도 설리, 안재현 등 '핫한' 캐스팅, 그리고 김성오와 이경영 등 저력의 조연들과 다채로운 카메오들의 활약상으로 흥행 열풍을 예고하고 나섰다.
'패션왕'은 무엇보다도 주원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원작이 영화화된 만듦새나 소위 '병맛'이라 일컫는 시나리오의 디테일, 배우들의 연기력 등 '반짝이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빵셔틀과 패션왕 사이를 오가는 주원의 연기력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주원은 그간 비운의 악역(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민족의 히어로(드라마 '각시탈'), 자폐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소아과 의사(드라마 '굿 닥터'), 까칠한 음악 천재(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등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 폭을 넓혀왔다. 2010년 데뷔 후, 사실상 평행선에 놓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지난 4년간 큰 공백 없이 드라마와 영화, 심지어 뮤지컬 무대('고스트')까지 오가며 연기 활동을 쉬지 않았다.
그러나 마르지 않는 샘물일까. 주원의 연기는 매번 빛깔을 달리 한다. 훈훈한 비주얼, 20대 청춘만의 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뻔한' 로코물의 주인공은 성에 차지 않는다. 사람을 말하고 역사를 그리고 인생을 논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늘 모험을 하고 있는 주원에겐 여전히 '가능성'과 '잠재력'이란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다. '패션왕'이 웹툰을 원작으로 하면서 그 완성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소지가 다분했고, 만화 속 캐릭터가 스크린에 투영되면 자칫 유치하거나 이질감을 동반할 수 있는 위험 부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만들어진 영화 속 주원은 기본적으로 '우기명'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수반하면서도 감정 이입을 가능케 하는 사실적 연기를 해낸다. 빵셔틀 신세로 핍박 받는 장면과 어머니와의 교감 장면 등에선 애처롭기 그지없다가도 '간지남'으로 향해가는 과정에선 코믹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주원 연기의 특징은 '힘을 빼고'에 있다. 주원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이나 젊은 연기자들이 으레 저지르는 감정 컨트롤의 실패와는 거리가 멀다. 응축된 감정들을, 절정의 순간에도 과하지 않게 터뜨려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강점을 지닌 것. '패션왕'에서도 그는 힘을 놓은 채, 화려한 군더더기 없이도 작품의 중추가 되는 제몫을 해냈다.
연기왕의 미래가 보인다. 또래의 내로라하는 스타 배우들 가운데서도 감히 주원이 묵직하고 오래 갈 것으로 기대되는 건 그의 이러한 연기 스타일과 안목 때문이다. 영화에선 간지에 목숨을 거는 고등학생을 연기했지만, 실제론 겉멋보다 내면에 충실하려는 '내일은 연기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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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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