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 자신의 신념도 지키고, 계약도 성사시켜 실적도 일궈냈다. 반전, 그리고 또 반전이었다.
8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원작 윤태호) 8회에서 오과장(이성민 분)은 김부장이 건넨 무려 300만불짜리 아랍 메카폰 아이템을 놓고 자신의 신념과 실적 사이에서 고민에 휩싸였다. '2차 접대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오과장의 신념과, '2차 접대가 끝나면 계약서에 사인한다'는 아랍 메카폰 문충기 대표의 방식이 정확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계약진행을 포기하기 위해 모자란 진행비를 핑계로 대봤지만, 돌아온 건 "마음대로 쓰라"고 건넨 김부장의 법인카드 뿐이었다. 이후 오과장은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 장그래(임시완 분)에게 "우리 아프자"를 외치더니, 유통기한이 지나고 햇볕에 푹 익혀뒀던 우유를 '원샷'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 허사였다.

문대표의 접대를 영업3팀 오과장이 맡게 됐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유흥업소까지 퍼졌고, 정체불명의 마담들의 전화도 빗발쳤다. 파트너스 코퍼레이션 미쉘장이라는 의문의 인물은 회사까지 들이닥쳐 자신들의 업소 브로셔까지 꺼내들고 다양한 접대 형식에 대한 브리핑까지 해 오과장 및 영업3팀원들을 놀라게 했다.
오과장(이성민 분)이 꺼내든 카드는 결국 노선을 바꿔 문대표에게 오직 1차 접대만으로 계약서 사인을 받아내겠다는 전략. 이를 위해 자문을 자처한 한석율(변요한 분)과 회의실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합류한 안영이(강소라 분)도 힘을 보탰다.
신입사원 장그래의 입사동기인 한석율과 안영이는 원인터내셔널 입사후 처음으로 함께 머리를 맞댔다. 석율은 영업3팀이 차례로 번갈아가면서 문대표에게 술을 따를 수 있는 전략을 짰고, 추가로 양주-홍차 2병을 준비하게 당부했다. 또한 장그래에게는 다양한 폭탄주 제조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안영이 역시 석율을 도와 물수건-마른수건으로 술을 뱉어내는 트릭, 술잔 바꿔치기 등 요긴한 술 요령을 공개해 오과장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 모든 전략들은 유흥업소 테이블 구조와 문대표의 엄청난 주량에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영업3팀 오과장, 김대리, 장그래는 모두 만취했고, 문대표는 오과장이 건넨 계약서를 양복에 넣은 채 결국 2차를 갔다. '과장님은 실패했지만, 우리 영업3팀은 살았다'는 장그래의 내레이션 역시 오과장의 신념이 깨졌음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 '반전'이 벌어졌다. 다음날 아침, 문대표는 자신이 자고 일어난 호텔 침대에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다. 접대날이 두 사람의 20주년 결혼기념일이었고, 이를 알아낸 오과장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비밀스럽게 꾸민 일이었다.
여기에 더 충격적인 또 하나의 '반전'이 공개됐다.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랍 메카폰 계약건이 성사된 것. 그것도 2배로 하겠다는 상대측의 답변에 김부장도 쾌재를 부르며 오과장을 칭찬했다.
이는 장그래가 오과장의 책상 위 문충기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속사정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아랍 메카폰의 실질적 소유주가 사실은 문대표 아내였고, 이를 알아낸 오상식이 '결국 문충기의 아내가 회사의 실질적, 최종권 결정권자'라는 메모를 해놓았던 것.
치밀한 전략 뿐만 아니라, 정확한 고급 정보로 자신의 신념과 영업 실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낸 오과장은 오랜만에 김부장이 건넨 장어를 들고 일찍 퇴근했다. 장그래 역시 모든 사실을 알고 입사 이래 가장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만, 이날 말미에 등장한 영업3팀 충원 멤버 박과장(김희원 분)의 의미심장한 웃음과 이를 마주한 오과장의 굳은 얼굴이 향후 불길한 전개를 예고했다.
한편,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7회에 자체최고시청률인 5.15%(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를 돌파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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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