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 신념도 지키고, 계약도 성사시키는 기적을 일궜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 등장했다.
8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원작 윤태호) 8회에서 오과장(이성민 분)은 김부장이 건넨 아랍 메카폰 아이템을 놓고 자신의 신념과 실적 사이에서 고민에 휩싸인 모습이 그려졌다.
'2차 접대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오과장의 신념과, '2차 접대가 끝나면 계약서에 사인한다'는 아랍 메카폰 문충기 대표의 방식이 정확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진행비를 핑계로 대봤지만 돌아온 것은 김부장의 법인카드 뿐. 결국 오과장은 영업 3팀원들에게 "우리 아프자"고 외치더니, 유통기한이 지나고 햇빝에 푹 익혀뒀던 우유를 함께 '원샷'도 해봤지만 셋 다 멀쩡했다.

문대표의 접대를 오과장이 맡게 됐다는 소식은 삽시가에 유흥업소까지 퍼졌고, 영업3팀은 정체불명의 마담들의 전화까지 빗발쳤다. 파트너스 코퍼레이션 미쉘장이라는 인물은 회사까지 들이닥쳐 자신들의 업소 브로셔까지 꺼내들어 다양한 접대에 대해 브리핑해 오과장을 놀래켰다.
오과장이 꺼내든 카드는 결국 문충기 대표에게 1차 접대만으로 계약서 사인을 받아내겠다는 전략. 이를 위해 자청한 한석율(변요한 분), 우연히 합류한 안영이(강소라 분)도 힘을 보탰다.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 한석율, 안영이는 원인터내셔널 입사 이후 처음으로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석율은 문대표에게 술을 영업3팀이 돌아가면서 따를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장그래에게는 다양한 폭탄주 제조비법을 전수했다. 안영이도 석율을 도와 물수건-마른수건을 통해 술을 내뱉는 트릭, 빈 술잔 바꿔치기 등 요긴한 술 요령을 가르쳐 오과장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치밀한 전략은 결국 문대표의 엄청난 주량에 수포로 돌아갔다. 영업3팀 오과장, 김대리(김대명 분), 장그래도 모두 술에 취했고, 문대표는 오과장이 건넨 계약서를 양복에 넣은 채 2차를 갔다. '과장님은 실패했지만, 우리 영업3팀은 살았다'는 장그래의 내레이션 역시 오과장의 신념이 깨졌음을 시사했다.
'반전'은 있었다. 문대표는 자고 일어난 아침, 자신의 곁에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다. 접대날이 두 사람의 20주년 결혼기념일이었고, 이를 알아낸 오과장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꾸민 비밀 계획이었던 것.
그리고 충격적인 또 하나의 '반전'이 있었다.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랍 메카폰의 계약건이 성사된 것. 그것도 2배로 하겠다는 상대측의 답변에 김부장도 쾌재를 부르며 오과장을 칭찬했다.

이는 장그래가 오과장의 책상 위 문충기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속사정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아랍 메카폰의 실질적 소유주가 사실은 문대표 아내였고, 이를 알아낸 오상식이 '결국 문충기의 아내가 회사의 실질적, 최종권 결정권자'라는 메모를 해놓았던 것.
치밀한 전략뿐만 아니라, 정확한 정보로 자신의 신념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낸 오과장은 오랜만에 김부장이 건넨 장어를 들고 일찍 퇴근했다. 장그래 역시 모든 사실을 알고 입사이래 최고로 밝은 미소를 내비쳤다.
다만, 이날 말미에 등장한 영업3팀 충원 멤버 박과장(김희원 분)의 의미심장한 웃음과 이를 마주한 오과장의 굳은 얼굴이 향후 불길한 전개를 예고했다.
한편,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7회에 자체최고시청률인 5.15%(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를 돌파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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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