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모던파머', 흔한 재벌 로맨스가 질린다면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11.09 07: 36

SBS 주말드라마 '모던파머'에는 재벌도, 기승전연애도 없다. 코믹으로 둘러싸고 그 속에 따뜻함을 담은 조금은 남다른 드라마다.
지난 8일 방송된 '모던파머'에서도 웃음과 감동은 계속됐다. 시트콤 같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고, 매 인물마다 각자의 이야기 하나씩을 펼쳐놓으며 한 회가 완성됐다. 여기엔 그저 그런 드라마 공식은 없었다.
이민기(이홍기 분)의 경우 철 없고 어리기만 한 모습이 아닌 가족을 향한 어쩔 수 없는 사랑을 내보였다. 윤희(이하늬 분)와 함께 서울 집을 찾은 민기는 어머니에게 툴툴대기만했다. 그의 어머니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혼했고 늦둥이 여동생까지 낳았다. 그러나 현실은 단칸방에 초라한 살림이었다. 이에 민기는 그의 캐릭터처럼 어머니를 향한 원망을 내어놓고 표출했다.

그러나 결국 그도 마음은 따뜻했다. 어머니에게 모진 말을 다하고 집을 뛰쳐나간 민기는 형광등 하나를 사서 돌아왔다. 사실 그는 불이 깜빡거리는 형광등이 마음에 걸렸다. 배 다른 여동생에게 용돈을 쥐어주면서도 한 번 웃어주지 않은 그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가는 민기였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평범한 그 누군가도, 가족들에겐 온갖 불평을 다 하지만 언제나 이를 후회하고 있는 민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던파머'가 이러한 감동코드에만 빠져있을 드라마는 아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집을 나온 민기와 윤희는 시골 집으로 향하다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다. 윤희가 갑작스런 배탈로 당장의 볼일을 해결해야했던 것. 훈훈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윤희는 민기의 등에 엎혀 처참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민기는 그를 엎고 여기 저기를 뛰어다녀야했다.
코믹을 담당하는 인물 중 하나인 유한철(이시언 분)의 에피소드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는 짝사랑하는 이수연(민아 분)와 한밤중 고구마 서리에 나섰다. 이마엔 야간투시경까지 매달고. 수연이 사실 고구마 밭에 숨겨져있는 비자금을 몰래 캐 가려는 인물인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한철은 수연과의 로맨스 만들기에만 매달렸다.
물론 '모던파머'에도 진지한 러브라인은 있다. 거기다 삼각관계다. 강혁(박민우 분)은 윤희를 좋아하고, 윤희는 조금씩 민기를 의식하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이는 드라마 공식과도 같은 기승전연애와는 조금 달랐다. 연애가 주가 되기 보다는 이야기의 일부 중 하나이기 때문. 급작스럽지 않은 감정 연결 또한 이러한 러브라인을 유연하게 만들었다.
'모던파머'에 재벌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주인공들은 돈이 없어 배추라도 키워 음악이라는 꿈을 실현하려는 이들이다. 백마 탄 왕자님도 없을 뿐더러, 캔디 여주인공도 없다. 장난기만 많고 철은 없는 민기와 억척스런 이장님 윤희가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을 향한 탄식의 목소리가 켜저가는 게 사실이다. 매번 똑같은 러브라인만 그린다는 게 이들 드라마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모던파머'는 지상파 드라마의 과감한 시도다. 흔한 재벌, 기승전연애가 지겹다면 '모던파머'가 그 해답이 돼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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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파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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