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상대로 불효 소송을 건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평생 만들어 팔던 두부를 한 웅큼 쥐어 입안에 털어 넣는 유동근의 모습이 안쓰럽다. 희생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던 그이지만, 소송을 시작한 후 두부 가게 안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춤을 추던 모습은 시청자에 통쾌함을 안겼다.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는 순봉(유동근 분)이 강심(김현주 분), 강재(윤박 분), 달봉(박형식 분)을 상대로 불효 소송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시작한 소송. 하지만 순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식들이 스스로 무언가 깨달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날 강심과 강재, 달봉은 순봉의 가게와 집을 증여 받아 각각 5억 원의 돈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5억 원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할지 계획을 세우며 달콤한 상상에 빠졌다. 하지만 순봉은 자신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순금(양희경 분)의 가족들을 무시하는 이들에게 화가 났고,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자식들 앞에 결국 폭발했다.

순봉은 “집하고 가게는 내거다. 이건 너네 안 준다. 못 준다. 이거 다 내가 두부 한 모에 1500원 짜리 팔면서 죽어라 벌어서 모은 거다. 내가 깔고 앉아서 죽을 테니 너네는 각자 알아서 살아”라고 말했다. 또 순봉은 “진심이냐”고 묻는 강재에게 “그래. 이런 후레자식들아”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늘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죄지은 것 없이 쩔쩔매고 눈물까지 흘렸던 순봉이 결심을 굳힌 것. 잔소리도 술기운을 빌어야만 가능했던 순봉이 보인 이 같은 모습은 그간 꾹꾹 눌러담았던 응어리가 마침내 폭발한 것으로, 시청자의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특히 강심과 강재, 달봉에게 모진 소리를 쏟아 내고 두부를 입에 넣으며 눈물을 삼켰던 순봉이 2주 후 이들 앞으로 소송장이 도착했을 때는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린 듯 한층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두부 가게 안을 휘저으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모았다.
순봉은 자식들은 물론, 동생인 순금과 조카, 조카사위까지 거두는 등 끈끈한 가족의 정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살아온 인물이다. 자식을 곧 자신의 인생으로 여기던 순봉이 돈 앞에 돌변한 자식들에게 받은 배신감은 이미 절절하게 그려졌던 상황. 때문에 인생 모두를 부정당한 듯한 순봉이 벌이는 이 같은 애잔한 소송은 더욱 슬프고, 더욱 그를 응원하게 한다. 순봉의 소송이 세 남매에게 깨달음을 안길 수 있을지, 가족간의 소중한 사랑이 그리운 시청자들은 순봉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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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왜이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