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많이 좋아졌어" 김성근 감독 흡족한 미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1.09 06: 05

"김태균, 서드로!".
8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한화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이날은 김성근 감독이 돌아와 어느 때보다 열기가 고조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모은 선수는 간판스타 김태균(32). 김성근 감독에게 직접 지목돼 혹독한 펑고를 받으며 유니폼이 흙투성이 됐다.
당초 김성근 감독의 펑고는 김태완·김회성·전현태·박한결 4명의 내야수가 받았다. 하지만 5분의 시간이 흐르자 김 감독은 김태균을 불렀다. 1루에서 포메이션 수비 훈련 중이던 김태균은 김 감독의 부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펑고 훈련 대열에 합류했다. 김태균은 김 감독의 펑고를 받으며 땅을 굴렀다. 

펑고를 마친 뒤 내야 전체 수비 훈련에서도 김 감독은 "김태균, 서드로!"를 외치며 1루에 있던 그를 3루로 옮겨서 훈련을 받도록 했다. 취임식에 김 감독은 "김태균은 3루에서 반쯤 죽는다"고 공언했는데 그 말 대로였다. 김태균은 3루에서 더 강한 타구를 받으며 수비 훈련을 반복했다. 전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펑고 훈련 내내 김태균을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이지만 마치 신인 선수를 대하듯 강하게 조련했다. 3연속 펑고를 날리기도 했다. 김태균이 다이빙하며 철푸덕 넘어지자 "야, 너 때문에 오키나와 가라앉겠다"는 농담까지 섞어간 김 감독은 "다리가 안 움직인다. 눈보다 앞에 글러브가 있어야 한다"고 기술적인 주문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훈련을 할 때에는 강한 멘트만 날린 김 감독이었지만 속마음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김 감독은 김태균을 바라보며 흡족한 마음이었다. 그는 "김태균이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몸에 스피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본인도 프로에 와서 이렇게가지 강한 훈련은 처음일 것이다. 많이 진지해진 것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 감독은 "김태균이도 하고자 하는 의식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의식이 없다면 내가 치는 펑고를 받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 하면 그만이다. 조인성이도 그렇고 직접 와서 보니 선수들이 이제 어른이 된 것이 느껴진다"고 흡족해 했다. 팀의 간판이자 베테랑들이 앞장서 훈련을 이끄니 밑에 있는 후배들은 안 따라올 수 없다.
전력적인 면에서도 김태균은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태평양 시절 1루수였던 김경기를 3루에서 훈련시켰고, 실제 경기에서 3루수로 쓴 적도 있었다"며 "김태균은 그렇게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지만 급한 상황에서 3루로 기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과거 롯데에서 이대호가 3루수로 뛰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태균을 과거 20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김태균도 머리를 짧게 깎는 등 슈퍼스타 자존심을 버리고 신인 시절로 되돌아간 듯 훈련에 임하고 있다. 김태균이 앞장서니 한화의 지옥훈련도 더욱 밀도있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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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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