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지켜라, 그리고 지원을 받아라.'
'축구특별시' 대전 시티즌이 강등 1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계속되는 것"이라는 조진호 감독의 말처럼, 대전은 승격의 기쁨에 취해있을 여유도 없이 곧바로 클래식 무대에서의 험난한 경쟁을 준비해야하는 과제를 받았다.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며 2001년 FA컵 이후 13년 만의 우승 기쁨을 만끽한 대전이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험난하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이날 한밭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클래식에 대한 각오를 물어보자 이구동성으로 "당연히 더 힘들 것"이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챌린지에서 대전은 압도적인 강자였다. 7개월 동안 선두에서 내려온 적이 없고, 패배를 몰랐다. 막바지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우승을 확정짓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대전을 응원하는 팬들은 패배를 잊고 승리를 즐기며 응원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클래식에서는 다르다.
클래식에서 대전은 다시 생존이라는 과제를 위해 뛰어야한다. 강등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들을 지켜야하고, 또 지원을 받아야한다. 대전이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할 두 가지 미션이다.
올시즌 대전 전력의 핵이었던 에이스 아드리아노가 대표적이다. 27골 4도움으로 챌린지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한 아드리아노가 대전에 남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선수 본인은 "다른 구단이나 다른 리그로 이적하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다. 대전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재계약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문제는 돈이다. 조진호 감독은 "아드리아노가 남을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마음을 비운 상태다. 대전 관계자도 아드리아노의 재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100%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붙잡기 어려운 선수들도 있다. 울산에서 대전으로 임대돼 올시즌 눈부신 활약을 보인 임창우의 경우, 다음 시즌을 앞두고 군에 입대하는 이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원 소속팀으로 복귀할 확률이 높다. 대전에 잔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좋은 선수들을 내보내면 그 자리를 메울 다른 선수를 영입해야하는데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대전 관계자는 "선수 수급이 쉽지 않다. 선수를 내주지 않으려는 분위기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이 문제는 또다른 과제인 '받아야 산다'와 직결된다. 프로스포츠는 돈이다. 챌린지로 강등되면서 예산이 대폭 삭감된 예산이 클래식으로 복귀하면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승 보너스와 고과를 고려한 연봉 인상, 선수 영입 및 보강을 생각하면 구단에 대한 지원은 필수불가결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권선택 대전 시장은 "구단주로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시의 재정 여건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전이 재정적으로 자립해야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다.
우승의 단꿈 뒤에 펼쳐진 냉혹한 현실은 승강제의 이면이다. 마냥 행복한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한 번 강등을 경험해 본 대전이기에, 이제는 두 번 다시는 강등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을 품었다. 대전이 새로운 도전 과제인 생존과 잔류를 위해 '지켜내고' 또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대전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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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