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빚은 스타, 자숙에도 공식이 있다면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1.09 14: 13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최근 한 가수가 사회적 물의를 빚어 화제를 모았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가수의 홍보담당자에게 전화해 사과 공식 입장 표명은 왜 안하는지 물었다.
“그건, 우리가 결정할 일이죠.”
식상한 질문에 신선한 대답이었다. 그 가수가 진짜 사과를 해야 하느냐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안좋은 일로 기사가 났다 하면 기계적으로 사과 공식 성명을 재촉하는 게 좀 이상한 일이긴 하다.

그만큼 이쯤되면 사과 멘트, 이쯤되면 자필 편지, 이쯤되면 기자회견이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물의의 ‘크기’에 따라 이 정도는 해야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연예계에는 몇몇 성공적인 사례와 몇몇 패가망신 사례가 교과서처럼 회자되는데, 이같은 선례들이 모여 향후 ‘물의 뉴페이스’들이 악플러를 잠재울 노하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노하우라 하기엔 적중률이 그리 높진 않다. 앞서 언급한 그 물의 가수도 사과를 빨리 하는 게 맞는지, 좀 더 후에 하는 게 나은지, 아예 안하는 게 나은지 정답이 없다. 다 지나간 후에 결과론적으로 말할 순 있겠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게 맞았어.”
해봐야만 정답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대입해볼만한 기존 공식이 없다는 점에서, 해당 연예인은 매순간이 살얼음판이다. 공식 사과 보도자료, SNS 글은 단어 하나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다듬어지고, 컴백 연기, 프로그램 하차 등이 신중하게 논의 된다.
이를 발표하는 시기와 방법도 실은 매우 전략적이다. 곧바로 할 것인가. 뜸을 들일 것인가. 최대한 끌어볼 것인가. 의견은 갈린다.
제작진이 보도자료로 발표할 것인가, 소속사가 공식 발표할 것인가, 연예인이 SNS에 올릴 것인가, 특정 매체가 ‘단독’으로 처리할 것인가 여부도 상당 부분 조율의 대상일 수 있다.(물론 성격 급한 몇몇 연예인은 소속사나 제작진에 협의도 안하고 ‘자숙’을 선언하기도 했다. 소속사가 눈치를 채기도 전에 기사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일부 ‘악플러’들이 의기양양해질 수 있겠으나, 기사 댓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연예인의 향후 대처와 공식입장 내용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점을 ‘오해’하고 있는지, 어떤 점에 ‘분노’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살얼음판은 자주 깨져버린다. 같은 도박 연예인도 누구는 스리슬쩍 돌아오고, 누구는 회초리를 맞아도 어렵다. 같은 음주 운전도 누구는 하차가 당연하고, 누구는 하차가 아쉽다. 같은 말실수도 누구는 말 ‘실수’고, 누구는 인격의 반영이다. 앞 사람이 무사히 건넜다고 내가 무사히 건널 확률, 복불복이다.
결국, 평소 이미지다. 평소 호감을 쌓아뒀다면, '사정이 있을 거야'라는 반응을 끌어내기 쉽다. 같은 잘못도 호감도가 약한 스타가 하면 '저럴 줄 알았지'가 된다. 호감을 쌓는데 서툰 연예인들에겐 매우 억울한 대목이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매우 큰 잘못일 경우엔 호감도가 높을 수록 독이다. 배신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 땅을 못 밟고 있는 유승준이 대표 케이스다.
그래서 물의와 사과, 자숙과 컴백에는 '팩트'보다 '호감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절대 '갑'이 돼선 안된다는 게 진리다. 노홍철의 경우 잠깐 차를 빼주러 나왔다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고, 이게 또 곧바로 파파라치 사진까지 찍혀 보도되는 '을'의 입장(권력을 쥔 인기 스타와는 정반대의)이었기에 대중의 공분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차를 빼주러 잠깐 나왔다는 사실도 본인의 입이 아닌 경찰 발표로 알려졌으니, (억울하겠지만) 가만히 있는 노홍철의 호감도는 더 올라간다.
물론 이같은 경우는 드물다. 아직도 많은 연예인들이 자숙을 끝내고(자숙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내리기도 어렵다. TV에 안나오면 자숙일까? 돈을 안벌고 굶으면 자숙일까?) 컴백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됐어'라고 부추기는 주위 사람들의 말만 믿기엔 변수가 꽤 많다. 막상 컴백을 해보면 여론은 하루에도 몇번씩 이리 저리 튄다.
무엇보다 진심이 중요할 자숙, 사과에 '공식'을 대입하는 건 어불성설이겠으나, 매번 다른 잣대로 결론이 나는 이 상황이 답답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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