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넣고 순간 아차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 현대는 8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서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최근 7연승 및 12경기 연속 무패(9승 3무)를 달린 전북은 22승 8무 5패(승점 74)를 기록,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위 수원 삼성(승점 61)을 제치고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북의 리그 우승은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이승기는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며 전북의 공격을 이끌었다. 또한 후반 4분에는 레오나르도의 크로스를 멋진 발리슛으로 연결해 승리에 쐐기를 박는 득점포를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성남 FC와 FA컵 4강전 승부차기서 실축했던 아쉬움을 만회했다. "아직도 주변에서 FA컵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며 당시의 아쉬움을 떠올린 이승기는 "그래도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을 한 만큼 (FA컵에서의 실수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승기는 시즌 초반 최강희 감독에게 팀에 리그 우승을 안기고 군입대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이를 승낙하지 않고 이승기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전북의 우승이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승기의 군입대를 허락하며 제자가 원하는 길을 막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승기는 "감독님께 우승을 시키고 군대를 간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약속을 지키게 돼 마음이 편하다. 꼭 하고 싶었던 우승을 차지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제주전이지만 순간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득점 직후였다. 자신의 득점을 도운 것이 레오나르도였기 때문이다. 현재 이승기는 도움 8개로, 레오나르도(9개), 이명주(9개)와 도움왕 경쟁을 하고 있다. 이승기가 득점을 하는 순간 레오나르도는 도움 1개를 추가해 자신을 추월해 도움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골을 넣고 순간 아차했다"고 밝혀 좌중의 웃음보를 자극한 이승기는 "팀이 이긴다는 기쁨에 누가 패스를 준 것인지 잠깐 잊었다"고 전했다.
제주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은 오는 16일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를 마친 후 우승 시상식을 갖는다. 이 때문에 전북은 제주를 이기고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승기는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이다. 우승을 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면 대단할 줄 알았는데 그저 우리끼리만 기분이 좋았다"며 "(홈에 가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봐야 우승의 기분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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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