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고 에너지 넘쳤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을 활용하는 방식은 너무나 지루했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이 9일 방송에서 전국 곳곳에 있는 모교 후배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나, 10대 특유의 명랑한 에너지를 잔뜩 전파할 수 있었으나 지루한 게임의 반복으로 흥미를 자극하는데에는 실패했다.
이번 촬영에 참여한 학생들은 멤버들의 실제 후배들. 차태현의 서초고 후배, 김주혁의 영동고 후배, 김준호의 충남고 후배, 데프콘의 전주공고 후배, 김종민의 서울문화고 후배들이 자리했으며, 외국에서 학교를 나온 정준영의 후배로는 밴드를 하는 경상도 고등학생들이 참여했다.

사실 이들 10대 학생들은 작은 게임에도 신나서 깔깔대고, 옆에 선 이성을 끝없이 의식하며 '1박2일'의 설렘 지수를 잔뜩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풋풋한' 학생들을 데려다놓고 시행한 마냥 정적인 게임은 너무 지루했다. 첫 게임은 어느 팀이 밴을 탈 것이냐를 두고 펼친 '혼자 왔습니다'. 김주혁 팀이 승리해 각 의자마다 안마기까지 장착된 밴을 탔고, 김준호 팀이 탈락해 봉고차를 탔다. 시청자들은 학생들이 우르르 앉아 숫자에 맞춰 일어났다 앉는 '혼자 왔습니다' 게임의 연습, 본게임을 다 지켜봐야 했다.

점심식사를 걸고는 '게살 샥스핀' '칼라룸푸르' 등 발음 게임에 돌입했는데, 이 부분이 재앙 수준이었다. 조별로 배정받은 단어들을 매번 액센트를 달리 해 발음을 하고, 시간을 재서 가장 빨리 하는 팀이 승리하는 룰이었다.
문제는 같은 룰으로 무려 여섯팀의 게임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아직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게살 샥스핀' 등을 끝도 없이 외치는 모습을 견뎌내야 했다. 이 두 게임을 소화하는 데에만 1시간이 지났다.
물론 경북 영주 부석사 가는길에 보는 예쁜 단풍길은 인상적이었고, 현장 학습을 접목한 부석사 견학도 의미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안타까운 특집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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