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전에는 좀 쉬어야지".
한화 김성근(72) 감독은 지난 8일 저녁 7시30분까지 진행된 12시간 넘는 논스톱 훈련을 마친 뒤 이렇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한화는 9일 휴일이었다. 첫 휴일이었던 지난 4일에도 30세 이하 젊은 야수들이 고친다구장에 나와 훈련했는데 김성근 감독이 돌아온 9일은 그 강도가 더욱 세졌다.
김 감독의 예고대로 아침에는 훈련이 없었다. 모처럼 선수들은 아침까지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하지만 휴일의 특권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오전 10시 야수 11명과 투수 7명이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고친다구장으로 출발했다. 10시30분 워밍업을 시작으로 훈련이 시작됐다.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한화 코칭스태프도 훈련장에 일찍이 도착해 있었다. 11시부터 본격적인 타격 훈련이 시작됐다. 박노민·정범모·지성준으로 구성된 포수조부터 이창열·김승현·김정수·이도윤·주현상, 노수광·노태형·박한결이 3개조로 나뉘어 3개의 배팅케이지에서 쉼 없이 공을 쳤다.
야수들이 열심히 배트를 돌리는 동안 투수들도 정민태 코치의 인솔하에 7명이 경기장에 왔다. 이태양·구본범·황재규·허유강·장민재·최영환·조영우는 1루에서 3루를 끊임없이 오가는 아메리칸 펑고에 지쳐 스러졌다. 오후 1시가 돼 서야 훈련장을 떠났지만 훈련 강도는 어느 때보다 셌다. 몇몇 투수들은 "나 좀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소리를 쳤다.
투수조가 떠난 뒤에는 야수 2차조가 들어왔다. 추승우·정현석·김회성·전현태가 합류, 워밍멍을 마친 후 오후 2시부터 타격훈련을 시작했다. 전날부터 김회성에게 꽂힌 김성근 감독이 그의 타격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직접 토스배팅을 던져주며 1대1 지도를 마다하지 않았다.
백미는 오후 4시였다. 고참 3인방 조인성·김태균·정근우가 마지막 훈련조에 포함돼 고친다구장에 온 것이다. 이들은 오후 6시20분까지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어느덧 고친다구장의 해는 져있었다. 젊은 선수들은 물론 베테랑들까지 군말 없이 휴일에도 훈련을 거르지 않으며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줬다.
한화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총 47명의 선수가 들어와 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선수들도 있지만 절반이 넘는 25명이 쉬는 날에도 배팅부터 강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도 그렇지만 김성근 감독이하 코칭스태프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20분까지 8시간 넘게 운동장에 있었다. 쉬는 날에도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한화의 훈련은 계속 됐다.
김성근 감독도 직접 땅에 떨어진 공을 박스에 주워담는 등 선수들과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훈련을 마친 후 선수들로부터 단체 인사를 받은 김 감독은 "야수에게 휴일이 어디 있나. 야수는 원래 이렇게 훈련을 해야 한다. 남은 캠프 기간에도 휴일은 지금처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놀라운 건 이날 훈련에 빠진 나머지 선수들은 저녁식사 후 숙소 뒷편에서 따로 야간훈련을 한다는 점이다. 쉬는 날에도 해질녘까지, 한화의 가을 캠프는 '네버엔딩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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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