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서 2승 2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 팀에게는 믿는 구석이 하나씩 있다. 넥센의 믿는 카드는 7차전까지 갈 경우 나올 에이스 앤디 밴헤켄(35)이다. 반면 삼성에는 언제나 중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는 이승엽(38)이 있다.
이승엽은 4차전까지 진행된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넥센 히어로즈 투수들에게 철저히 막히고 있다. 2차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홈런, 3차전 추격을 시작하는 적시타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지만 이 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투수들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해 적잖이 애를 먹고 있다.
이승엽은 전통적으로 한국시리즈 내내 펄펄 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었다. 팀이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첫 우승은 1985년 전, 후기 통합우승)했던 2002년 6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3점홈런을 터뜨렸고, 한국에 복귀한 2012년에는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지만 이승엽의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네 번의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이승엽은 2012년 23타수 8안타로 타율 3할4푼8리, 1홈런 7타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산 한국시리즈 25경기 기록이 타율 2할5푼3리, 5홈런 21타점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홈런은 두산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던 2001년에 뽑아낸 3개를 빼면 지난해까지 19경기에서 단 2개가 전부였다.
올해 4차전까지 치르면서 홈런 하나를 추가하기는 했지만, 이승엽은 15타수 2안타에 그쳐 타율 1할3푼3리, 1홈런 3타점으로 부진하다. 게다가 2안타 중 하나는 넥센의 수비 실책에 가까운 행운의 적시타였다. 또한 나머지 타석에서는 공격 흐름을 끊는 안타까운 모습도 여러 차례 보였다.
하지만 현재 부진하다고 해서 이승엽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시리즈 내내 부진하다가도 팀이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타나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던 이승엽이기 때문이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적시타를 날리거나, 적어도 상대 마운드를 긴장시켜 자신의 뒤에서 팀 타선이 폭발하는 효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가 바로 이승엽이다.
언제든 한 번은 터질 것이라는 게 이승엽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특히 삼성 벤치에서는 이승엽의 결정적 한 방을 기다리는 마음이 절실하다. 그 순간이 언제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 결정될 수 있다.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는 잠실구장의 특성상 이승엽의 한 방은 홈런이 아닐 수도 있지만, 경기 흐름을 바꿔놓을 수만 있다면 홈런은 아니어도 큰 상관이 없다.
삼성은 이승엽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중심타선이 활약해줘야 한다. 특히 부진한 박석민의 방망이가 부활해야 상대 투수들이 이승엽을 더욱 어렵게 상대하게 되어 좋은 타격 기회가 생길 확률이 커진다. 박석민의 활약 여부는 이승엽의 부활과도 관계가 있어 곧 삼성 타선 전체 컨디션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반대로 넥센은 한국시리즈만 되면 미치는 박한이를 비롯해 이승엽 앞에 주자가 없게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그 틈을 파고들어 큰 상처를 낼 수 있는 타자가 이승엽이다. 안 맞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맞더라도 솔로홈런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4차전까지 해왔던 대로 이승엽을 봉쇄할 수 있다면 넥센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회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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