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밴헤켄, 최동원-정민태 될까 커쇼 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1.10 13: 01

넥센 히어로즈 에이스 앤디 밴헤켄은 단기전에서 투수 한 명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갖는지 기량으로 입증하고 있다. 선발투수 자원이 풍부한 삼성과 맞대결 중인 넥센은 밴헤켄 덕분에 시리즈를 팽팽하게 끌고왔다.
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은 밴헤켄의 위력이 가장 잘 드러난 경기였다. 주무기 포크볼 대신 속구 위주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친 밴헤켄은 7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밴헤켄은 6회까지 삼성 타선을 퍼펙트로 묶어 상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밴헤켄의 호투가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는 휴식일 때문이다. 넥센은 플레이오프부터 선발투수 3명으로만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지난 달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등판했었던 밴헤켄은 4일 한국시리즈 1차전, 8일 4차전에 나섰다. 단 3일만 쉬고 나선 경기에서 올해 가장 빼어난 피칭을 펼친 것이다.

1차전에서 나바로에게 투런홈런을 맞은 뒤 12타자 연속범타를 기록했던 밴헤켄은 4차전 6회까지 18타자 연속범타를 잡아내 도합 30타자 연속범타로 이 부문 한국시리즈 신기록(종전 배영수, 24타자)까지 세웠다. 이 모든 기록이 3일만 휴식한 뒤 이뤄진 것이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는 체력소모가 정규시즌보다 훨씬 크다. 긴장을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밴헤켄은 12일 7차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상황, 만약 넥센이 5차전 승리를 거두고 6차전에서도 앞서가고 있다면 불펜투수로도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한 명의 투수가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가장 극적인 사례는 최동원의 1984년이다. 최동원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5경기에 등판(선발 4회, 구원 1회)해 4승 1패 40이닝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한 명의 투수가 4승을 모조리 챙긴 건 최동원이 유일하다.
당시 최동원은 1,3,5,7 홀수날 선발등판이 정해졌는데 상황이 급해지자 6차전도 구원등판했다. 1차전 완봉승, 3차전 완투승, 5차전 완투패, 6차전 구원승, 7차전 완투승 등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4승 외에도 그가 던진 40이닝은 단일시리즈 최다이닝으로 남아 있다.
사실 올해 밴헤켄은 최동원보다는 2003년 현대 정민태와 비교를 하는 게 더 비슷하다. 정민태는 SK와의 한국시리즈 1,4,7차전에 선발로 나서 21⅓이닝 3승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정민태도 1차전 뒤 3일 휴식, 4차전 뒤 3일 휴식을 하고 다음 경기에 나섰는데 특히 7차전은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 투수 투혼의 상징은 최동원이다.
반면 에이스가 체력과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공을 잘 던지는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큰 무대에서 무너지며 체면을 구겼다. 작년에는 디비전시리즈 1차전 등판 후 3일만 쉬고 4차전에 나서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그 여파로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올해는 디비전시리즈 1차전 부진(6⅔이닝 8실점) 후 다시 3일만 쉬고 4차전에 등판, 호투를 펼치다 7회 또 홈런 한 방에 무너지며 6이닝 3실점으로 시리즈를 마감하고 말았다.
넥센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5,6차전을 잡아 우승을 거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불안요소가 있는 밴헤켄의 7차전 등판은 자연스럽게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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