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없을 나쁜 놈인데 이상하게 섹시하다. SBS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 정겨운은 비열한 미소로 섹시함을 표현하는 남다른 악역이다.
정겨운이 극 중 분한 이강준은 조강지처를 버린 바람둥이에 알고 보니 살인 미수까지 저지른 천하의 나쁜 놈이다. 이에 모자라 결혼을 며칠 앞두고 옆 집사는 예쁜 여자 사라(한예슬 분)에게 눈독을 들이기까지 했다. 예쁘게 봐주려야 그럴 수가 없는 전형적인 악인이다. 그런데 왜 시청자들 사이에선 정겨운의 매력에 '앓는' 이들이 나오는 걸까. 의외로 악인이 되자 섹시한 매력이 살아나는 정겨운이기 때문.
이강준은 바람둥이이지만 바람둥이 같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어머니와 여자 형제들이 어쩜 그리 가벼울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만큼 혼자 진중하다. 긴 대사나 속마음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사라를 버린 남자로 처음부터 그려졌지만, 나쁜 말은 모두 교채연(왕지혜 분)의 몫이다. 강준은 그저 어딘가 못마땅함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다. 그저 그런 막장드라마 속 바람둥이 남편과는 다른 인물이다.

이강준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 이토록 남달랐던 바람둥이 이강준은 꽤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정겨운은 많은 대사 없이 더욱 미스터리한 이강준을 표현하며 오버스럽지 않게, '이 남자가 왜 바람둥이인지'를 표현했다. 특히나 평소 그다지 적극적인 캐릭터는 아닌 그가 사라를 향해 터프한 남자의 향기를 내보일 때 정겨운의 섹시한 매력이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전 남편에게 돌아가려 이강준을 유혹하는 사라를 보며 탄식을 내뱉지만, 그런 사라의 유혹에 넘어가는 이강준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에는 서서히 이강준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는 사실 언론에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아내를 죽게 만들었다. 거기다 꿍꿍이 가득한 위너그룹 전략기획실장 한민혁의 수족이기도 하다. 단순히 바람둥이를 넘어선 악인이라는 것.
특히 이강준이 사라가 차에 탄 채 추락해버린 바다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보는 이를 소름돋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 대목에서 정겨운의 미소는 마치 싸이코패스를 떠올리게 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특이한 것은, 그의 이 미소가 섹시해보였다는 사실이다.
정겨운은 '미녀의 탄생' 제작발표회에서 "역할이 악역이라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는데 하다보니 정말 재밌더라.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면서 "여지껏 해보지 못한 나쁜 짓들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직 이강준이 여지껏 해보지 못한 나쁜 짓들은 많이 남아있다.
악역 이강준이 된 정겨운의 매력이 계속될 수 있을까. 그가 보여줄 악행들이 많아질수록 정겨운의 매력도 더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미녀의 탄생'은 뚱뚱하고 우악스런 아줌마가 배신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죽음 직전 받은 성형수술로 미녀로 재탄생해 사랑과 성공을 거머쥐는 이야기를 그린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55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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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의 탄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