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불참하게 돼 아쉬운 점도 있지만, 우승 트로피로 아쉬움을 대신하고 싶다."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해서 기분을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김기희(25, 전북 현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달성한 정규리그 우승은 김기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김기희는 "한 시즌 동안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마음을 돌리게 됐다"면서 전북의 통산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이 됐음을 기뻐했다.
이어 "프로에서의 우승은 쉽지 않다고 한다. 대구 FC에서 데뷔를 한 후 지금까지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우승을 위해서는 동료들과 어떻게 준비하느냐도 중요하고, 전북과 같은 빅클럽에서 투자를 잘 해야만 우승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전북은 그런 것이 모두 잘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김기희를 제외하고는 전북의 우승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기희는 윌킨슨, 정인환과 함께 중앙 수비진을 구성해 전북의 리그 최소 실점 1위를 이끌고 있다. 김기희의 활약 속에 전북은 정규리그 35경기에서 20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0.57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7경기서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우승의 고비처에서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 전북의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는 K리그 최다 기록으로, 2008년 수원 삼성의 기록과 타이다.
이에 대해 김기희는 "최소 실점과 연속 무실점은 수비진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한데, 우리 팀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특히 공격수들의 밸런스가 좋아졌다. 덕분에 상대 선수들의 슈팅이 적어져 쉽게 실점을 하지 않게 됐다"고 답했다.
김기희는 전북의 조기 우승의 원동력으로 고참급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가 선두에 오른 후 최고참 (김)남일이형과 (이)동국이형이 중심을 잘 잡아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서로 호흡도 돈독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지만 아쉬움도 있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AFC 아시안컵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병역 의무를 해결한 김기희는 오는 24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군사훈련을 소화한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김기희가 군사훈련을 소화한 후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아시안컵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김기희는 "아시안컵에 출전할 수 없게 돼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만큼 우승 트로피로 아쉬움을 대신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sportsher@osen.co.kr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