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에 이어 또 다른 대작을 만들어냈다. 그에게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물었더니 그는 “영화가 판타스틱하기 때문이죠”라며 자신감 있는 말을 던졌다.
10일 중국 상해 더 페닌술라에서는 영화 ‘인터스텔라’ 아시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그의 배우자이자 제작자인 엠마 토머스, 배우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가 참여해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놀란이 자신의 영화에 대해 ‘판타스틱’하다고 말한 것은 농담 반, 진담 반. 하지만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함정이 있기도 하다. 그는 한국에서의 흥행에 대해서는 “관객이 과학적 이해도가 높고 소견이 깊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국내 팬들을 추켜세워주기도 했다. 재치 있으면서도 겸손한 입담을 선보이는 놀란이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대해 그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의도적이었다. 감성적인 이야기,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차가운 우주와 인간 감성에 대한 극명한 대비를 얘기하고 싶었다”며,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스텔라’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 지구에서 미래의 삶을 위해 우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놀란은 이에 대해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인생과 삶과 우주에 나가는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보면 평행선으로 달리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지구에서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우주로 나가서 찾는 새로운 삶은 또 불확실하다. 지구가 아닌 우주로 나가면 확실한 죽음에 대한 이슈가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인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커지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설명을 했다.
놀란은 이번 영화에서 아내 엠마 토머스, 그리고 동생 조나단 놀란과 함께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 대해 토머스는 “영화 촬영을 할 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영화 제작 기간에는 하루, 하루가 긴장감 넘친다”며, “집에 와서도 영화 얘기만 하게 되는데, 아이가 넷이나 돼서 이들에게 주의를 빼앗기는 것이 오히려 고마울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만큼 늘 열정 넘치는 부부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놀란의 영화에 캐스팅 된 것에는 앤 해서웨이와 매튜 맥커너히 역시 매우 영광으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해서웨이는 “영화 출연 제의했을 때 대본도 제대로 보지 않고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답했다”며, ‘다크 나이트’에서의 캣우먼 역과 ‘인터스텔라’에서의 브랜드 역이 “색다르게 ‘스마트’한 점이 닮았다. 놀란 감독은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다”라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맥커너히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놀란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영화의 역할이 정말 매력적이었다”며, “놀란 감독의 영화 한 편이 내가 출연한 영화를 전부 합쳐도 더 성공적이다. 이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이렇게 세계적으로 기자회견도 다니고, 영화 홍보 활동도 하고 여러분도 만나서 굉장히 좋다”며 뿌듯해 하는 모습이었다. 관객은 물론 배우도 단단히 사로잡는 놀란의 영향력이 듣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맥커너히는 또, “영화 촬영 때 놀란 감독은 완전히 영화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다. 문제 해결 능력도 대단히 뛰어나다. 영화의 스토리도 그렇지만 영화 세트장의 크기나 규모도 엄청나, 촬영 시작할 때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촬영 기간이 굉장히 길었는데, 하루, 하루 작품 세계관에 대해 공부하고 놀란 감독과 얘기도 많이 했다. 너무 긴 시간이라 인내를 요하는 시간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즐거웠다”고 말했다.
해서웨이는 ‘인터스텔라’의 브랜드 역할에 대해 일반 다른 영화 속 여주인공들과 다른 점을 꼽기도 했는데, 그는 “일반적으로 여성 주인공이 항상 남성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것이 없다. 브렌드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다. 틀에 박힌 여성 역할이 아니어서 매력적이었다”고 짚었다.
놀란의 영화에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이 있다. 플롯도 그렇지만 영상미와 독특한 철학-지식적인 측면에서 늘 새로움을 느낀다. 이날 놀란은 자신이 늘 필름 카메라를 고수하는 것에 대해 “색감, 해상도, 이미지 등 가장 높은 질의 영상을 담을 수 있는 것을 쓰는 것”이라며 상식적인 답을 했다. 그리고, “스토리의 긴장감과 과학적 사실을 최대한 확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놀란은 ‘인터스텔라’ 속 복잡한 물리학 문제에 대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과학적 지식은 딱히 필요하지 않다.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부분은 신경을 많이 썼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그냥 함께 탐험해주길 바란다”며 관객에게 최대한 편안하게 영화를 봐 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인터스텔라’는 마치 오픈엔딩과 같은 장면으로 끝이 났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질문을 했지만, 놀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답 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단호하면서도 의미 있는 대답이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인터스텔라’는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국내에서는 지난 6일 개봉 후 나흘 만에 누적 관객수 190만 명을 돌파했으며, 전세계적으로는 흥행수익 1억 3천 2백만 달러(한화 약 1,445억 원)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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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