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우측 외야에 친 유한준(33, 넥센)의 블랙홀이 패배에도 빛났다. 삼성의 초반 득점 기회를 빨아들이며 사자들을 괴롭혔다.
유한준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3번 우익수로 출전, 공·수 양면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전까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타율 4할6푼2리, 2홈런, 5타점으로 양팀 통틀어 가장 가벼운 방망이를 과시 중이었던 유한준은 이날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위기에 빠진 선발 헨리 소사를 구해냈다.
경기 초반부터 예민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호수비 퍼레이드의 시작은 2회였다. 2회 2사 1,2루 상황이었다. 타석에는 한국시리즈 들어 타격감이 괜찮은 나바로였다. 그리고 소사의 빠른 공 계통을 받아쳐 우중간을 완전히 가를 듯한 장타를 날렸다. 담장 근처까지 날아가는 타구였다. 그런데 전력질주한 유한준이 이를 담장 앞에서 걷어내며 소사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줬다. 낙구 지점 판단이 기가 막혔다.

이 수비는 시작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3회 2사 1루였다. 채태인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어 최형우가 소사의 빠른 공을 잡아당겨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타구가 많이 뜨지 않았고 날카로워 쉽게 잡아내기 어려운 공이었다. 채태인도 안타임을 절반 이상 확신하며 2루까지 다가갔다. 그러나 유한준은 슈퍼맨이었다.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공을 쫓은 끝에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채태인을 다시 1루로 돌아오게 했다.
만약 다이빙 캐치가 실패했다면 채태인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뛰어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과감하면서도 자신감있는 플레이로 선취점 허용을 막아낸 귀중한 수비였다. 이어 유한준은 5회 2사 1루 상황에서 채태인의 우중간 깊은 타구도 잘 잡아내며 1루를 가득 메운 넥센 팬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전 두 개의 타구를 생각하면 응당 잡아낼 수 있는 타구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선취점을 내줄 위기를 제거해버린 유한준의 호수비 덕에 넥센은 빈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버틸 수 있었다. 9회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기며 끝내기 안타를 맞은 것이 딱 하나의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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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