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가 평균 95마일(약 153km)을 7회까지 찍고, 외야수들은 타구판단 능력과 수비범위가 결합된 최고의 호수비를 펼친다. 그리고 9회말 2아웃 4번 타자의 끝내기가 터진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이야기가 아니라 잠실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시리즈다.
정규시즌 1위 삼성, 그리고 0.5게임 뒤진 2위 넥센은 깊어가는 가을 그라운드를 달구는 명승부를 펼치고 있다.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선 가운데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2아웃에 터진 최형우의 2타점 역전 끝내기 적시타로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삼성 쪽이었다. 삼성은 1회 2사 1,3루 기회를 놓친 뒤 2회에도 2사 1,2루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에 선 나바로는 우중간을 가를듯한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2사 후였기에 주자 2명이 홈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순간, 우익수 유한준이 먼 거리를 달려와 공을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그러자 삼성에서도 호수비로 응수했다. 3회촣 선두타자 박헌도의 2루타성 타구를 우익수 박한이가 몸을 날려 잡아낸 것. 두 명의 우익수가 장군멍군을 주고 받았다. 또 유한준이 3회말 1사 1루에서 최형우의 2루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자 삼성 더그아웃은 순간 고요해졌다.
호수비 다음은 선발투수들의 호투였다. 삼성 선발 밴덴헐크는 7이닝 5피안타 1실점, 넥센 선발 소사는 6⅓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묶었다. 밴덴헐크와 소사 모두 한국 프로야구 선발투수 가운데 평균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들이다.
이날 소사의 최고구속은 157km까지 찍었다. 마일로 환산하면 97.5마일이다. 직구 평균스피드는 150km를 넘었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보던 구속이다. 밴덴헐크 역시 최고구속 153km 빠른공에 커브와 슬라이더로 넥센 타자들을 요리했다.
기승전결도 명승부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삼성이 초반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넥센은 6회 딱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삼성은 8회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올라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절정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해피엔딩의 주인공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9회말 강정호의 실책과 채태인의 안타로 만든 2사 1,3루 기회에서 최형우가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함을 이겨내고 우익선상으로 빠져나가는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가을을 수놓는 완벽한 명승부 한 편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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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ne.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