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중심타선의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던 이승엽(38)과 박석민(29)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5차전에서는 몇몇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결국 기다렸던 한 방은 터지지 않았다.
이승엽과 박석민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나란히 5·6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4차전까지는 박석민이 5번, 이승엽이 6번을 쳤지만 이날 타순에 변화를 준 것이다.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박석민이 시리즈 내내 부진했다는 점, 그리고 이승엽이 2차전에서 이날 선발 헨리 소사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친 기억이 있다는 점이 고려된 수순이었다.
두 선수의 타순을 바꿨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이 이 지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은 4번 최형우가 시리즈 내내 비교적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위치하는 박석민 이승엽의 침묵이 이어졌다. 박석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타율이 7푼7리에 불과했다. 이승엽도 1할3푼3리에 머물렀다. 2차전 홈런이 있었지만 그 홈런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잘 맞은 타구를 날려 보내지 못했다. 중심타선의 폭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두 선수를 빼는 대신 타순을 조정하는 선에서 다시 한 번 승부를 걸었다. 두 선수가 언젠가는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날도 방망이 감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3타수 무안타 2삼진, 그리고 박석민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한 번의 찬스만 잘 살려도 영웅이 되는 것이 야구지만 두 신구 해결가사 그 몫을 못한 것도 뼈아팠다. 특히 이승엽이 그랬다. 1회 2사 1,3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선취점의 기회를 놓쳤다. 3회에는 2사 1루에서 떨어지는 컷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승엽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역시 컷패스트볼(141㎞)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괜찮은 출발을 한 박석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1루수 파울 플라이,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플라이에 그쳤다. 좀처럼 타구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뜨며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0-1로 뒤진 8회 무사 만루에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난 것은 땅을 칠 일이었다. 외야 플라이 하나면 동점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박석민은 임무를 다하지 못했고 결국 삼성은 이 이닝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다.
두 선수의 부진, 전체적인 득점권 난조를 보인 삼성은 이 경기에서 9회 강정호의 실책으로 기사회생했고 최형우가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치며 승리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부진은 찜찜함을 남겼다. 삼성 응원단은 응원가까지 예전 버전으로 회귀하며 힘을 불어넣었지만 두 선수에게도 점점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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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