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활약이었지만 동료의 실책 앞에서 무너졌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32)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으나 마지막 순간 아쉬움을 남겼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랐다.
손승락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8회 무사 만루의 위기를 진화하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1점만 줘도 성공인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넥센은 7회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가 8회 급격한 난조에 시달렸다. 선두 채태인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최형우와의 승부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승엽에게 던진 2구째 변화구가 다리에 맞으며 무사 만루가 됐다. 조상우를 믿었던 넥센 벤치로서는 낭패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불을 끄기 위해 ‘마무리’ 손승락이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중에는 붙박이 마무리였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한현희가 뒤로 가고 손승락이 앞으로 오는 시나리오도 몇 차례 있었다. 다소간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여건이었지만 손승락은 개의치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이날 자신의 말을 실천했다. 절대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것이다.
선두 박석민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린 손승락은 박해민을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1루수 박병호가 잘 잡아 홈으로 던져 3루 주자 채태인을 아웃시켰다. 자신감을 찾은 손승락은 이흥련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정리했다.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손승락은 팔을 휘저으며 1루측 넥센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경기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9회 마지막 순간에 웃지 못했다. 강정호의 실책이 빌미가 돼 결국 끝내기 허용이라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손승락은 9회 1사 후 나바로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강정호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채태인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며 위기가 불거졌다. 결국 최형우에게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끝냐기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한 이닝 사이에 바뀌어도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skullboy@osen.co.kr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