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1, 삼성)가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삼성 타선의 마지막 보루로 버티며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모든 각본은 최형우를 위한 것이었다.
최형우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0-1로 뒤진 9회 2사 1,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손승락을 상대로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3루 주자에 이어 1루 주자까지 홈을 파고 들며 최형우는 극적인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시리즈에서 끝내기는 역대 8번째이며 포스트시즌을 통틀어서는 통산 23번째다.
한국시리즈 들어 전반적인 감이 좋은 최형우는 이날 상대 호수비에 막혀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3회 안타성 타구가 상대 우익수 유한준의 다이빙 캐치에 잡힌 것이 대표적이다. 최형우는 "오랜만에 잘 맞은 타구 2개 나와 기분 좋았는데 많이 화가 났다.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라면서 "복수보다는 이기면 장땡인데 이겼다"라고 미소지었다. 결승타 상황에 대해서는 "뒤에서 찬스 오라고 생각을 많이했다. 자신 있었고 승락이형과 승부할 때 패턴을 잘 알기 때문에 아웃이 되든 안타가 되든 내가 끝내자는 생각으로 들어섰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전 류 감독이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한국시리즈는 개인 기록이나 개인 경기가 아니다. 팀 주장으로서 팀이 안 좋아서 마음 고생이 있었는데 그래서 내가 살아야 다 산다고 예상하신 것 같다"라면서 "너무 다 안 좋으니까 개개인이 살아나고, 또 모든 선수들이 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분위기를 업 시켜서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오늘도 잘 안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극적인 승리로 상황이 달라졌다. 최형우는 "오늘 이겨서 내일 끝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뒤 "역전승은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좋다. 4차전에 말도 안 되게 져버려서 넥센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와야 했는데 그게 전혀 안 보였다"라며 두 번 실수는 없을 것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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