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4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 도전. 프로야구 감독으로는 이룰 건 모두 이룬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을 두고 보통 '믿음의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부진한 선수도 끝까지 믿음을 주고, 그 선수가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는 건 이제 삼성에서 보기드문 사건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류 감독의 장점을 '포용력'으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주 겉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야구보는 눈이 예리한 사람이 바로 류 감독이다. 현역시절 프로야구 유격수 계보를 잇는 활약을 펼쳤던 류 감독은 당시부터 경기의 맥을 짚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한국시리즈 예상도 그렇다. 10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둔 잠실구장에서 류 감독은 승부처를 묻자 "내야 수비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양 팀 모두 타선이 터지지 않았기에 공격쪽에서 승부처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역시 유격수 출신답게 지키는 야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잘 알고 있었다.

류 감독은 "이제까지 대구와 목동 인조잔디 위에서 경기를 하다가 천연잔디 구장에 왔다. 보통은 인조잔디의 타구속도가 빠르지만, 잠실은 땅이 다소 단단한데다가 날도 춥고 어제 잔디도 깎아서 오히려 더 타구속도가 빠를 수 있다. 내야수비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선 4경기에서도 수비가 승부를 갈랐다. 특히 목동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삼성은 0-1로 끌려가던 8회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내야를 살짝 벗어나는 뜬공이 행운의 안타로 연결되며 승리를 챙겼고, 4차전에서는 1회 박석민의 송구실책에 선발 마틴이 급격히 흔들리며 무너져 대패를 당했다.
그리고 5차전, 류 감독의 생각대로 경기가 흘렀다. 화려한 호수비는 양 팀 우익수인 박한이와 유한준이 펼쳤지만, 승부처는 내야였다. 특히 삼성이 경기를 뒤집은 9회말은 상대 수비가 흔들린 덕을 봤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나바로는 느리게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쳤다. 강정호는 여유있게 처리하기 위해 공을 기다렸는데, 회전이 너무 심하게 걸리는 바람에 공을 놓치고 말았다.
강정호의 실책, 채태인의 안타로 삼성은 2사 1,3루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선 4번 타자 최형우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손승락의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빠른 공을 잡아당겨 우익선상 2타점 끝내기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여기에도 내야수비가 숨어 있었다. 경기 후 넥센 염경엽 감독은 "선상수비를 지시했는데 타구가 너무 빨라서 (1루수가)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은 5차전 수비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고, 넥센은 공식 실책은 1개지만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종종 보였다. 이 차이가 5차전 승부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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