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한화행 운명과 책임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1.11 06: 30

"한화가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없이 그대로 갔다면 난 여기 못 왔다".
한화는 지난 6년 동안 무려 5번이나 최하위에 그쳤다. 끝없는 암흑기에서 벗어나고자 김성근(72)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듭된 추락에 팬들의 김성근 감독 요구가 빗발쳤고, 한화 구단도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11년 8월 SK에서 해임된 후 3년 만에 다시 프로 무대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운명'이라는 표현을 썼다. 만약 한화가 아시안게임 휴식기 없이 그대로 시즌이 진행됐다면 자신이 지휘봉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만약 브레이크 없이 그대로 갔다면 한화는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난 여기 못 왔다"며 "그게 운명이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한화는 8월에 승률 2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탈꼴찌를 넘어 실낱같은 4강의 희망을 품었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시즌이 재개된 10월 이후 2승10패로 추락을 거듭하며 결국은 또 최하위로 마감했다. 한화의 팬심은 어느덧 김 감독에게 향해 있었다.
시즌 막판부터 김 감독의 거취를 두고 이런저런 루머들이 나돌았다. 한화와 연결된 이야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내가 오려고 해서 온 자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갈려고 해서 간 감독 자리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차기를 노린 줄 알지만 그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 김 감독은 "요 근래 내가 느낀 것은 상상외로 충청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를 볼 때마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한다. 한화팬들이 이렇게 갈망했구나 싶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고, 목이 말랐겠나. 내가 간다고 해결 되는 것을 떠나 참아온 것이 대단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최근 한화와 대전 사람들을 보며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떠올랐다고 한다. "일본 라쿠텐이랑 비슷하다. 센다이라는 지역 자체가 스코어에 관계없이 이기든 지든 경기를 계속 본다. 요즘 대전이랑 닮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 그래서 그는 "전에 못 느낀 부담이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제 올라올 때가 됐다. 김응룡 감독이 2년 동안 하며 팀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며 "2년 계약을 하면 사람이 급해지게 된다. 일본 왕정치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도 축하 전화가 와서 '3년 계약을 했으면 됐다'고 하더라. 3년은 되어야 팀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3년 계약을 한 김 감독에게 내년 시즌은 당장 우승·4강이 아닌 팀 토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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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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