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걸로는 안 된다. 잘해야 한다".
한화 언더핸드 투수 정민혁(31)은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유망주였다.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 출신으로 2007년 계약금 2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그러나 프로 데뷔 후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부상으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나이는 30대를 넘었고 구단이 정리 대상으로 생각할 때가 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추가 합류했다. 4일 김성근 감독이 서산 2군 전용훈련장에서 그의 투구를 직접 지켜본 뒤 내야수 전현태·박한결과 함께 곧바로 오키나와행을 지시했다. 김 감독은 "정민혁이도 고치니까 쉽게 좋아 지더라"며 투구폼 교정을 통해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정민혁은 "서산에서 감독님이 보시는 앞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투구폼을 조금 교정했다. 원래 허리 뒤까지 빼서 던졌는데 감독님 지도로 팔 스윙을 짧게 하고 위치를 올리면서 던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달라진 폼의 정민혁을 확인한 뒤 "오케이, 좋아"라며 "러닝 할 몸은 되느냐"고 상태를 체크했다.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을 병행하고 있는 정민혁은 "러닝은 안 됩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른 훈련은 전부 가능합니다"라는 그의 말에 곧장 오키나와로 보냈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잠수함 계열 투수가 부족한 팀인데 김 감독은 정민혁에게서 숨은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정민혁에게도 감격이었다. 그는 "감독님이 서산에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접 보고 결정하신 것이니까 희망이라는 게 생겼다. 오키나와로 올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공언대로 2군 잔류 선수들까지 직접 두 눈으로 체크하며 관심을 보인 것에 정민혁은 적잖이 감격스러워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야구를 잘하고 싶다.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아들이 이제 태어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아들 때문이라도 잘해야 한다. 어깨·팔꿈치에 양 무릎까지 다 수술했다. 수술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은 잘하고 싶다. 더 이상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선수 한 명이라도 포기를 하지 않는 김 감독은 수술을 받은 30대 투수를 굳이 잔류군에서 마무리캠프까지 데려왔다.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정민혁의 가슴에 큰 요동을 치게 했다. 정민혁은 "이젠 정말 야구를 잘하고 싶다. 희망이 생겼으니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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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