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중동 원정에서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요르단 암만으로 출국했다. 현지 적응을 마친 대표팀은 오는 14일 요르단과 평가전을 갖는다. 슈틸리케호는 이어 다음 날 이란으로 이동해 18일 숙적 이란과 결전을 치른다.
이번 중동 원정은 중요한 고비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사실상 마지막 모의고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60년 한국 대회 우승 이후 50년 이상 우승이 없다. 마지막으로 결승에 올라간 것도 1988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때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고 자부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시안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준비해야하는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아시안컵 우승으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표팀의 형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제로 베이스'를 원칙으로 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고, 자신이 잘 이끌 수 있고 100%의 실력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할 필요가 있다.
▲ 뜨거운 감자 박주영, 그래도 시험은 필요
박주영(알 샤밥)은 여전히 한국 축구의 뜨거운 감자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을 기점으로 '의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주영은 소속팀 없이 지내다 지난달 결국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밥에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하며 선발로 자리매김한 박주영은 이번 원정 명단에 자연스럽게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등 주전 스트라이커들의 잇딴 부상도 그를 뽑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 선발 이유에 대해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말대로다. 중동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이번에 새로 뽑은 선수들의 기량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박주영은 그 중심에 있다. 누굴 시험해보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다. "박주영뿐만 아니라 경기에 뛴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고민해서 기용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낸 시험을 잘 풀어내는 선수가 누구인지 보고 싶을 것이다.
▲ 너무나 당연한 목표, 승리 그리고 전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어떤 결과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다. 그 동안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승리로 이어진다면 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대로 한국은 이제까지 이란 원정에서 좋은 기억을 가졌던 적이 거의 없다. 9승 7무 11패로 상대전적에서도 열세를 기록하고 있고, 아자디 스타디움에서는 5번 싸워 두 번 비기고 모두 패했다.
한국의 설욕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부임 후 1승 1패를 기록 중인 슈틸리케 감독 개인에게 있어서도 이번 중동 2연전은 가급적 연승으로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자신감을 쌓아야할 필요가 있을 뿐더러 승리를 통해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심어줘야하기 때문이다.
이동국과 김신욱이 빠지고 뒷공간을 책임져줄 수비수들도 대거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전술적인 성과도 중요해졌다. 박주영, 이근호(엘자이시),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남태희(레퀴야) 등 풍부한 공격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새로 포백을 이룰 수비수들의 호흡은 어떨 것인가. 전술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승리로 마무리짓는 것,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보고 싶을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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