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이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비밀의 문'은 지난 10일 방송된 15회에서 5.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에 머물렀다. 1위인 MBC '오만과 편견'(12.1%)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비밀의 문'은 방송 2회 만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그 뿐이었다. 이후 시청률은 뚝뚝 하락했고 시청자들은 외면했다. 소위 말하는 높은 퀄리티, 높은 화제성, 이상하게 낮은 시청률인 마니아 드라마라 하기에도 어렵다.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그리 흥미롭지 못하다는 게 대다수 네티즌의 의견이다.

또한 이 드라마는 한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영조(한석규 분)와 왕세자 이선(이제훈 분)의 갈등이 더해갈수록 역사라는 정해진 엔딩이 떠오른다는 것. 극 중 이선은 선하고 진보적인 인물로,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하도록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최후가 결국 죽음이라는 사실이 정해져 있는 이상,시청자들의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방송에서도 그렇다. 드라마는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이선을 시험하려는 영조와 시험에 통과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려는 이선의 대립을 그렸고 둘의 갈등은 보다 심화됐다. 특히 방송 말미에는 김택(김창완 분)의 계략에 걸려든 이선이 청나라 사신들에게 벌레 먹은 인삼을 내놓은 장면이 등장했다. 이로 인해 이선은 영조의 시험에도 통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청나라로부터 큰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극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는 이선, 사도세자의 마지막이 결국 뒤주에서의 죽음으로 정해져있기 때문. 시청자들은 이선이 위기를 타개해나가는 과정을 원하지만 지금껏 드라마는 이 과정을 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왜곡해선 안 되는 역사라는 원작 때문이었다.
'비밀의 문' 측은 최근 드라마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 시청자들의 기대를 당부한 바 있다.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1회부터 12회까지의 전반전이 맹의로 인해 벌어진 영조와 이선, 노론과 소론의 정치전쟁을 담아냈다면, 13회 이후 후반전에는 모든 갈등의 도화선이 된 맹의가 사라지고, 영조와 이선의 정치적 갈등구도가 심화될 예정"이라면서 "영조-이선의 대립과 갈등이 보다 명확해지면서, 시청자들도 보다 편하고 쉽게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5회가 된 현재, 이 갈등은 그다지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분명 이야기는 터닝포인트를 돌아 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시청률은 제자리걸음이다. 정해진 도착지점을 목표로 한 '비밀의 문'은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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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