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에 부풀어있던 김광현(26, SK)이 난관을 만났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에서 만족할 만한 금액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 결정은 13일에 이르러서야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일 포스팅 절차 개시를 알린 SK와 김광현은 MLB 사무국의 입찰 절차를 거쳐 11일 오전 김광현의 최고 입찰액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SK는 쉽게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외부로의 공식 발표는 자제하고 있지만 포스팅 금액이 예상보다 너무 적게 나왔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SK의 한 관계자는 “발표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결정이 늦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숨을 쉬며 이런 추측에 힘을 실었다.
SK와 김광현은 포스팅 수용선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선수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경계선을 뒀다.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었으나 이 기준은 최대 1000만 달러, 적어도 700만 달러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보다 조금 더 못 미치더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SK가 김광현의 해외진출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500만 달러 이상이면 간다”라는 말도 나온 이유다. 하지만 SK가 쉽게 발표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 금액 아래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SK는 이날 오전 KBO로부터 포스팅 금액을 통보받은 뒤 오전 내내 구단 내부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내부에서는 이번 포스팅 금액이 선발이 아닌, 불펜 요원으로 분류한 금액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또한 시즌 내내 관심을 보였던 빅마켓 클럽들의 ‘참전’이 적었다고도 해석하고 있다. 한 팀만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줘도 되는 포스팅 절차에서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SK 내부에서는 이번 김광현 포스팅의 현실적 수치로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사이를 점쳤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통 큰 결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포스팅 금액이 적으면 김광현의 추후 행보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연봉 규모가 줄어들고 MLB에서 보장되는 계약의 부분이 적다”라며 구단과 김광현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김광현의 의사와 사기도 존중해야 해 이 부분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모습이다.
이 교통정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SK는 아직 명확한 팀 입장도 세우지 못했다. 여기에 포스팅 금액을 들은 김광현도 구단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11일은 물론, 12일에도 발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의 의사를 중간에서 MLB에 전달할 KBO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사실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은 13일 오후까지다. SK가 막판까지 고민할 전망인 가운데 포스팅 수용 여부 가능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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