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그리는 어머니…눈물바다 된 시상식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1.11 16: 26

"살아 생전 (최)동원이가 누리지 못했던 이 모든 영광을 모두 제가 누리는 것 같습니다."
아들은 프로야구 최고 영웅이었다. 그렇지만 아들은 편한길을 가지 않았다. 선수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앞장서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트레이드였다. 은퇴한 뒤에도 아들의 삶은 쉽지만은 않았다. 정계진출, TV 출연 등 야구판과 무관한 삶을 한동안 살았는데 자의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이제야 사람들은 다시 영웅을 알아보고 그를 기리고 있다. '무쇠팔'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故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 이야기다.
11월 11일 부산에서 '11번' 최동원을 기리는 '제1회 무쇠팔 최동원상 시상식(이하 최동원상)'이 열렸다. 최동원상은 최동원추모사업회가 한국의 '사이영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신설, 올해 첫 수상자를 발표는데 KIA 좌완투수 양현종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에는 야구 원로와 부산지역 정치인, 일반 야구팬 등 460여명이 참석해 부산은행 본점 2층 강당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뜻깊은 손님이 있었으니 바로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다.
김정자 여사에게 최동원이라는 이름은 자랑이자 사랑이었다.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건 가장 큰 불효라고 하는데, 김정자 여사는 "이제 우리 동원이를 편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로 제 나이가 80입니다. 자식 먼저보낸 어미로 항상 가슴이 미어졌는데 동원이가 살아 생전 누리지 못한 이 영광을 제가 누리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다"고 말문을 연 김정자 여사는 "이제는 동원이를 편히 만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말할 수 없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자 여사는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애써 눈물을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강당을 메운 야구팬들은 아들을 그리는 김정자 여사의 목소리에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감정을 추스린 김정자 여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때를 돌이켰다. "3년 전, 우리 가족은 천금같은 동원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부산시민과 전국 야구팬이 아들 동원이를 기억해 주셨다"고 야구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김정자 여사는 "사직 야구장 앞 '무쇠팔 최동원'이라는 동상을 세워 살아 생전 (동원이가) 보고 싶어했던 부산에 오게 해 주셨다"고 주최측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김정자 여사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돌아온 게 감격스러운 듯했다. "오늘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 수여하는 최동원상이 첫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이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말한 김정자 여사는 "특히 부산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오늘 이 자리가 제게 얼마나 가슴벅차고 소중한 자리인지 모른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정자 여사가 "언젠가 제가 아들 곁에 가게 된다면 오늘의 생생한 감격을 전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하자 다시 한 번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쫓겨나듯이 부산을 떠나야 했던 최동원,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정자 여사의 마음 속에는 한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김정자 여사에게 롯데는 아들의 영원한 고향이었다. 식이 끝난 뒤 김정자 여사는 롯데 신임 사장과 단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내년 활약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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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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