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퓨리'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리얼리티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오랜만에 정통 전쟁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11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퓨리'는 전쟁의 참혹함 속, 하루하루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전쟁영화가 갖춰야 할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표현해내 눈길을 끌었다.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차부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 대디(브래드 피트 분)에게 최전선에서의 전투 명령이 떨어지지만 남은 거 한 대의 탱크와 자쳐버린 부대원들 뿐이다. 게다가 지원군으로 경력이 전무한 신병 노먼(로건 레먼 분)이 배치되고 워 대디는 단 5명이 적진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소의 인원과 최악의 조건 속, 사상 최대 위기에 처한 워 대디. 그와 그의 부대는 생존 가능성 제로의 최후의 전쟁터로 향한다.

그간 많은 전쟁영화들이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발지 전투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규모 전투를 소재로 한 것과는 다르게 '퓨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상처럼 수없이 반복되는 전쟁 그 최전선에서 불가능한 전투에 나선 한 전차부대의 이야기를 그리며 더욱 리얼하고 묵직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특히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전차부대 5인의 병사들이 전쟁 속에서 보여주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는 얼만큼 이 전쟁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람을 극한으로 모는지를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를 말이다.
이는 입대한지 단 8주, 게다가 탱크라고는 본 적 없는 행정병 이등병 노먼의 모습을 통해 극대화된다. 시체를 본 적도, 사람을 죽여본 적도 없는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독일군이 그저 무서울 뿐,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 못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보여지는 그의 다이내믹한 변화는 한 인간에게 미치는 전쟁의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점령한 독일 마을에서 대장 워 대디와 이등병 노먼,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이 벌이는 신경전은 다른 전쟁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인물들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전투 장면도 시선을 끄는 대목 중 하나. 그간의 영화들이 보병들의 이야기로 전쟁을 끌어갔다면 '퓨리'는 전차부대를 소재로 전차와 전차가 싸우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전진하고 후진하고 포구를 겨누는 전투는 긴장감이 넘치며 극 중 두 전차가 맞붙어 위치 싸움을 하는 장면은 단연 명장면 중 하나.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과 탁월한 전략을 지닌 대장의 조합은 이미 전쟁영화의 고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겪은 전형적인 구조라 아쉬움을 남기지만 '퓨리'는 이를 심리적 묘사로 영리하게 풀어내는 재치를 발휘해 인상적이다.
한편 '분노의 질주', 'S.W.A.T 특수기동대' 각본을 쓰고 '하쉬타임', '사보타지'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퓨리'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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