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우완 손승락(32)은 지난 10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영웅이 될 기회를 놓쳤다.
손승락은 당시 1-0으로 앞선8회 무사 만루에서 올라와 무실점으로 위기를 막았다. 9회 1사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나바로의 타구를 유격수 강정호가 놓친 뒤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고 2사 1,3루에서 최형우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팀의 1-2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마운드에서 허무한 표정으로 내려온 손승락. 그는 11일 6차전을 앞두고 "어제 경기 끝나고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데 (강)정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가보니 방에 혼자 있더라. 정호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울컥할 뻔 했다"고 말했다.

손승락은 "정호 눈을 보는데 눈물이 비치는 것 같아서 나도 울 뻔 했지만 선배로서 참았다. 내가 그 위기를 넘겨줘야 했는데 내가 더 미안했다"고 말했다. 8회 무사 만루를 만든 조상우에 대해서도 "시즌 중에는 내가 상우, (한)현희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괜찮다.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감쌌다.
손승락은 8회 무사 만루에서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뒤 크게 세리머니를 했다. 시즌 때보다 더 큰 세리머니였다. 손승락은 "우리 응원단이 아시다시피 일당백이다. 절 보고 응원단이 더 힘이 나지 않을까 했다"며 웃었다.
넥센은 5차전을 내주면서 2승3패 벼랑 끝에 몰렸다. 손승락은 "경기 전에 감독님이 먼저 '우리 우승하면 어떤 세리머니할 지 미리 해보자'며 분위기를 이끌어주셨다. 선수들 다 남은 2경기 모두 잡는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우리가 다 이기면 드라마틱한 우승이 될 것이고 지면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승락은 이어 "오늘도 1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 총력전이기 때문에 언제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선발 (오)재영이가 잘 던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경기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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