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 견인차로 큰 기대를 모았던 강정호(27, 넥센)가 고개를 숙였다. 공·수 양면에서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뛰는 당분간 마지막 시리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컸다.
강정호의 2014년 정규시즌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117경기에서 타율 3할5푼6리, 40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세 부문에서 자신의 경력 최고치를 찍었다. 유격수 첫 40홈런의 주인공이라는 역사적인 업적도 세웠다. 한국 최고의 유격수로 공인받는 시즌이었다. 이에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강정호를 보기 위한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은 시즌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시작은 좋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강정호는 올해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5할3푼3리, 2홈런으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올해는 다르다”라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2-2로 맞선 8회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또 한 번 영웅이 됐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그 후 5차전까지 4경기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삼진은 5개나 당했고 시리즈 병살타도 두 개 기록했다. 타율은 5푼9리까지 떨어졌다. 수비에서도 강정호답지 않은 플레이가 속출했다. 3차전에서는 1-0으로 앞선 8회 중견수 방향에 뜬 타구를 초반에 놓치며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넥센은 결국 9회 박한이에게 2점 홈런을 맞고 졌다. 5차전에서는 역시 1-0으로 앞선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바로의 평범한 타구를 놓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6차전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한 번쯤은 살아날 것이라는 평가였다. 염경엽 감독도 강정호를 5번 타순에 고정시키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반전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두 차례의 큰 타구는 우익수 박한이에게 잡혔다. 4회에는 또 다시 이지영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실책을 기록했다. “잘 해야 한다”라는 압박이 지나치게 강정호의 어깨를 짓누르는 모습이었다. 최종 타율은 5푼(20타수 1안타)였다.
결국 넥센은 이날 삼성에 패하며 2승4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강정호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해외진출 절차를 밟는다. 12월 중순에는 메이저리그(MLB) 포스팅 공시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의 평가가 비교적 좋다는 점에서 한국프로야구 야수 첫 MLB 직행 사례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설사 MLB가 여의치 않더라도 일본에서 원하는 팀이 다음 시즌에도 넥센 유니폼을 입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그 유니폼이 더 아쉽게 보였던 한국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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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