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여유와 관록이 넥센 히어로즈의 절박함을 잡았다.
삼성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가동하며 11-1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프로야구 최초 4연속 통합 우승 달성에 성공했다.
초반부터 삼성의 유리함이 점쳐지는 싸움이었다. 선발 자원이 풍부한 삼성은 시즌 때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누굴 빼야 할지가 고민이었다면, 넥센은 부족한 토종 선발들 중에 누굴 넣어야 할지의 싸움이었다. 삼성은 해오던 대로 4선발을 택했다. 넥센이 고심 끝에 꺼낸 것은 3선발이었다.

최근 한국시리즈를 계속해서 겪어온 삼성은 '해오던 대로' 시리즈를 준비했다. 반면 한국시리즈를 처음 겪는 넥센은 어떻게 삼성을 상대해야 할지에 대한 방안을 뒤집고 또 뒤집으며 고민해야 했다. 최장 7차전으로 진행되는 한국시리즈에 3선발을 내세운 것은 넥센의 투수 고민을 보여줬다.
초반에는 양팀의 기세가 비슷했다. 중반까지는 오히려 넥센의 기세가 셌다. 삼성은 1차전에서 패한 뒤 2,3차전을 가져갔다. 3차전에서는 8회부터 9회 완성된 역전극을 연출하며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4차전에서 3일 쉰 밴 헤켄이 6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는 등 삼성을 꽁꽁 틀어막았다.
2승2패에서 시작된 5차전부터 버티기 싸움에 들어가자 넥센의 경험 부족은 삼성의 관록을 당해내지 못했다. 타격의 팀 넥센은 1할대의 팀 타율에 허덕여본 적이 없다. 당장 해결사가 사라지자 조급함이 넥센을 둘러쌌다. 반면 삼성은 여러 번 '뒤집어본' 역사가 그들을 여유로 이끌었다.
선발제도 넥센에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넥센은 6차전에 3차전에 선발로 나섰던 오재영을 내세웠다. 밴 헤켄과 소사와 달리 오재영은 3일 휴식을 견뎌내지 못하고 2⅔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다. 반면 5일 쉰 윤성환은 넥센 타선을 꽁꽁 묶었다. 토종 선발을 갖춘 팀과 갖추지 못한 팀의 차이가 거기에서 나왔다.
구태여 따지면 삼성은 전통 강호, 넥센은 신흥 강호였다. 그러나 단기전은 젊은 패기 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드러났다. 특히 3,5차전 삼성의 극적인 역전승이 그랬다.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올라온 넥센의 '기세'는 지키는 팀 삼성의 '텃세'에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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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