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의 차지였다.
삼성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 윤성환의 호투와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어 11-1로 승리했다. 이로써 4승2패를 거두며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21세기 최강 삼성왕조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삼성의 완승은 아니었다.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힘겨운 싸움을 가져온 것은 경험과 관록이었다.
승부처를 들여다보면 시리즈를 관통하는 법칙이 다시 작동했다. 승부처에서는 실수를 저지른 팀은 진다는 것이었다. 한국시리즈 승부처 3개에서 넥센은 자멸했고 삼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삼성은 매번 불리한 상황에서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반면 넥센은 우승의 능력 갖추고도 결정적인 실수가 이어지면서 우승을 헌납했다. 장면 3개를 되풀이해보자.

#장면 1-이승엽의 뜬공은 어디로
1승1패로 팽팽한 7일 목동 3차전 경기. 승부는 시종일관 염경엽 감독의 구상대로 흘러갔다. 선발 오재영이 무실점으로 삼성타선을 막으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삼성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로티노의 솔로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6회부터 조상우와 손승락 필승조를 투입해 영의 행진을 계속했다. 8회초 2사1루 이승엽의 타구가 하늘높이 치솟았다. 가벼운 뜬공이었다. 그런데 유격수 강정호가 타구를 쫓다 돌연 뒤돌아섰다. 강정호가 잡을 줄 알았던 2루수 서건창이 깜짝 놀라 쫓아갔고 깊숙한 수비시프트를 했던 중견수 이택근이 달려나오다 충돌 위기 때문에 잡지 못했다. 삼성의 1루주자 박해민은 뜬공인데도 전력질주해 홈을 밟았다. 이 한 점은 승부의 물줄기를 삼성으로 흘렸다. 그래도 1-1이었다. 손승락은 9회초 연속 삼진을 잡고 바통을 한현희에게 넘겼다. 우타자 나바로를 잡으면 9회말 끝내기 승부를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한현희는 나바로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박한이에게 중월 투런포를 맞았다. 강정호는 안일했고 박해민은 성실했고 한현희는 흔들렸고 박한이는 무서웠다. 그리고 이승엽은 행운을 불렀다.

#장면 2-강정호의 펌볼
2승2패로 팽팽한 10일 잠실구장 5차전. 3차전의 복사판이었다. 넥센은 선발 헨리 소사의 반전역투와 우익수 유한준의 그림같은 수비 2개를 앞세워 삼성을 압박했다. 밴덴헐크에 꽁꽁 묶이던 타선은 처음으로 기회를 잡은 6회초 1사2루에서 서건창의 우익수 앞 적시타로 한 점을 먼저 뽑았다. 소사의 뒤를 이어 7회 도중 등판한 조상우가 8회들어 경기장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안타와 사사구 2개를 내주고 만루를 만들고 강판했다. 긴급투입한 손승락이 후속 세타자를 모조리 범타처리하고 슈퍼세이브를 했다. 분위기는 넥센의 것이었다. 9회 삼성은 선두 김상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그대로 끝나는 순간 나바로의 평범한 땅볼을 강정호가 펌볼하면서 살려주었다. 손승락은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겼다. 그러나 손승락은 채태인을 맞아 볼카운트 1-2의 유리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승부하다 우익수 앞 안타를 맞았다. 운동장은 양쪽의 응원 열기로 뜨거워졌고 4번타자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1-2의 불리한 상황에서 노림수를 갖고 있었고 2-2에서 들어온 몸쪽 커터를 그대로 끌어당겼고 우익선상을 흐르는 역전 끝내기 2루타가 됐다. 강정호는 떨었고 채태인은 끈질겼고 손승락은 급했고 최형우는 무서웠다. 1루 선상 수비를 못한 박병호는 안일했다.

#장면 3-오재영의 번트수비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극적인 역전승을 따낸 삼성의 흐름이었다. 일단 선발대결에서 나흘을 쉬고 나선 삼성 윤성환이 사흘만에 등판한 오재영을 압도했다. 윤성환은 3회까지 퍼펙트를 펼쳤고 오재영은 3회 무너졌다. 8번타자 이지영에게 빗맞은 우전안타를 맞은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결국 김상수의 번트때 오재영이 성급하게 달려들다 볼을 놓치면서 살려주었다. 삼성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선취점의 중요성을 간파한 류중일 감독은 1번 나바로의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이어 채태인은 오재영의 몸쪽 공을 가볍게 당겨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최형우는 우중간 2타점 2루타로 두들겼다. 두 개의 적시타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넥센은 6회초에서도 무사 1루에서 1루수 박병호의 번트타구 실책이 일어났고 나바로의 쐐기 3점포로 이어졌다. 윤성환은 강했고 오재영은 지쳤고 채태인과 최형우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홈런왕 박병호는 고개를 숙였다.
#PS-박병호와 강정호의 위축
물론 이길수 있는 상황에서 넥센의 패인은 수비의 실수였다. 그러나 더 큰 패인은 홈런타자 박병호와 강정호의 침묵이었다. 시즌 합계 두 선수는 삼성의 1~3선발을 상대로 철처히 봉쇄를 당했다. 두 선수의 시리즈 합계 타율은 9푼7리에 불과했다. 장타는 홈런 1개씩을 날렸지만 이렇다할 찬스도 만들지 못했고 해결사 노릇을 못했다. 홈런을 제외하면 두 선수가 루를 밟은 것은 6번 뿐이었다. 더욱이 강정호는 두 번의 수비 실수 때문에 위축까지 됐다. 전반적으로 시리즈를 이끌어야 할 두 선수의 스윙은 너무 컸다. 삼성 선발 트리오의 절묘한 제구력을 공략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홈런이 아닌 안타를 만드는 타격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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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