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거리’, ‘진짜’ 힐링으로 시청자 품은 드라마[종영①]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11.12 07: 24

매회 감동이었다. 보통의 드라마처럼 임팩트가 있는 엄청난 에피소드가 아닌데도 은근히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그렇게 소소한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유나의 거리’는 ‘진짜’ 힐링으로 시청자들을 품었다.
JTBC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극본 김운경, 연출 임태우)가 지난 11일 50회를 끝으로 6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쳤다. 타 드라마에 비하면 호흡이 긴 드라마였지만 그 시간이 절대 길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유나의 거리’는 직업, 성별, 나이, 성격까지 천차만별인 사람들과 전직 소매치기범인 유나(김옥빈 분)가 사는 다세대 주택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사나이 창만(이희준 분) 들어온 후, 상처와 아픔을 치유 받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유나의 거리’에는 그 흔한 막장도, 의사나 검사, 재벌도 없었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기에 더욱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게 됐다.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유나의 거리’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사람 냄새’ 가득했다. 달달한 남녀의 밀당이나 긴장감 넘치는 전개 등 드라마지만 극적인 장치, 화려한 대사 없이도 충분히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대신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주옥같은 대사와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가 있었다.
드라마 ‘서울 뚝배기’,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등을 통해 고단한 서민들의 세상살이를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낸 김운경 작가가 ‘유나의 거리’에서도 우리네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에 따뜻한 기운을 전했다. ‘힐링’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김운경 작가는 ‘진짜 힐링’으로 팍팍하고 치열한 삶에 지친 시청자들을 위로해줬다.
김운경 작가의 손을 거쳐 탄생한 한 신 한 신 모두 명장면이었다. 다세대 주택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옆집과 나눠 먹고 장노인(정종준 분)이 치매에 걸리자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를 걱정하고 돌봐주고 창만이 도움이 필요한 다세대 주택 사람들을 도와주는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세심하게 터치했다.
이날 마지막 회도 잔잔하게 흘러갔다. 마지막 회라고 해서 남녀주인공이 결혼하고 기적적으로 좋은 일이 생기며 예상되는 해피엔딩은 없었다. 창만은 유나의 새 아버지 김 회장(한갑수 분)이 제안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도시락 사업의 총괄 팀장을 맡았다. 유나의 새 아버지가 말한 대로 소매치기 출신들을 직원으로 뽑았다. 창만을 만난 후 바닥 생활을 청산한 유나도 윤지(하은설 분)를 비롯해 소매치기들에게 도시락 배달일을 제안했다. 봉달호(안내상 분), 칠복(김영웅 분)은 창만과 함께 일을 시작, 많은 사람들이 창만 덕에 변화했다.
결국 ‘유나의 거리’는 권력과 부를 얻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복수하는 사람이 성공한 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기쁜 일은 함께 하며 위로할 줄 알고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착한 남자’ 창만처럼 사는 사람이 인생의 진정한 승리자라는 걸 보여줬다. 그것이 바로 ‘유나의 거리’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떠날 수 있는 이유였다.
한편 ‘유나의 거리’ 후속으로 ‘하녀들’이 오는 12월 첫 방송된다.
kangsj@osen.co.kr
JTBC ‘유나의 거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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