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창업' 류중일, 5연패 새역사 도전 시작됐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1.12 06: 13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인 2011년, 삼성 라이온즈에는 라이언 가코라는 외국인 타자가 있었다. 팀은 장타를 기대했지만, 방망이를 짧게 쥔 가코는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결국 가코는 58경기에서 타율 2할4푼3리, 1홈런 28타점으로 부진한 끝에 퇴출됐다. 그러나 잠시 머물렀을 뿐인 가코는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영원히 회자될 유행어 하나를 남겼다. 류 감독이 “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나믿가믿)”라고 말했던 일은 아직까지도 덕장인 류 감독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일화로 남아있다.
이후에도 류 감독은 한 번 믿은 선수를 끝까지 비난하지 않고 신뢰하는 끈기를 보였다. 특히 중심타자들에 대한 믿음은 한결같다.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이승엽은 류 감독의 믿음 속에 올해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으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덕장 류 감독은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이끈 뒤 지난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재계약 당시 “덕장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고, 이제는 지장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말대로 지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은 1년이었다.
지장으로 불리고 싶다는 마음은 통합 4연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류 감독은 “(지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 그룹에 ‘스타비스’라고 타자와 투수 정보가 다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 틈나는 대로 많이 봤고, 상대 선발 동영상을 보고 타자들이 어느 공에 스윙이 잘 나오는지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스타비스란 2011 시즌을 앞두고 취임한 김인 사장이 개발한 통합 전략 야구정보시스템으로, 지난 2011년 4월부터 1년간 개발비 35억 원과 프로그래머 40여 명이 투입된 작업 끝에 탄생했다. 이는 경기 전력 분석은 물론 선수 정보, 스카우트를 포함해 구단 전체 업무를 아우르는 통합정보시스템이다. 선수들이 모바일로 경기 기록과 영상을 받아볼 수 있는 구단은 현재 삼성뿐이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자신의 의지까지 더해져 류 감독은 자신의 집권 2기 첫 시즌에 가슴과 머리를 모두 갖춘 명장으로 우뚝 섰다.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장들의 공통점은 부지런했다는 점이다. 류 감독 역시 기본적으로 인덕, 그리고 야구를 보는 날카로운 안목에 이런 덕목까지 갖추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를 모은다.
통합 4연패 달성 직후 인터뷰에서 류 감독은 “다음 시즌도 똑같이 걱정된다. 감독이란 사람은 우승하고 헹가래 받고 인터뷰 끝나면 갈 때는 '내년에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직업, 특히 정상에 있는 팀을 이끄는 감독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이었다.
프로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류 감독은 항상 호수 속 오리를 예로 든다. 밖에서 봤을 때는 오리가 물 위에 잔잔하게 떠 있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류 감독의 관점으론 자신도 한 마리의 오리다. 가만히 있으면 정체된다. 통합 3연패 후 지장으로 재탄생했다고 결심했고,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한 걸음 가까이 갔다. 이제 통합 4연패다. 지장이라는 평가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류 감독은 곧 통합 5연패를 위한 구상에 들어간다. “다음 시즌은 10개 구단 체제고 올해는 5팀 감독이 바뀌었다. 시즌이 끝났으니 코칭스태프 이동도 더 많이 있을 것이다. FA 시장에 따라 전력 변화가 있는데, 우리 팀 FA 5명을 다 잡아야 할 것 같다”며 류 감독은 벌써부터 팀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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