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일럿프로그램 '일대일-무릎과 무릎 사이'는 MC 없는 토크쇼다. 앙꼬 없는 찐빵의 느낌이다. 토크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여겨지는 MC는 없고, 두 명의 출연자가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1박2일 동안 함께 먹고 자고 놀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가능할까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일대일'은 SBS 교양프로그램 '짝'을 론칭한 남규홍PD의 신작이다. '짝'은 남녀의 심리를 절묘하게 포착했고, 교양프로그램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 '짝'에 애정촌이란 가상의 공간이 있었다면, '일대일'에는 일대일 궁이 있다. 두 명의 '정상'은 이곳에서 '회담'을 나누고, 평소에는 '수행비서'를 대동한다. 몇가지 설정과 틀이 '일대일'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또 다른 재미다.
남규홍PD는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C의 부재'를 프로그램의 단점이자 차별점으로 표현했다. 그는 "일대일이란 관계는 인간관계에서 특별하다"며 "MC를 두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제작진으로선 쉬운 방법이지만 그렇게 되면 그저그런 토크쇼라고 생각했다. 단점을 극복하는 순간, '힐링캠프'와 '무릎팍 도사' 등 여타 토크쇼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첫 주자는 전 농구선수 서장훈과 만화가 강풀이다. "인터넷을 잘 하지 않아 웹툰을 볼 환경이 아니었다"는 서장훈과 농구를 포함해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는 강풀. "외모는 내가 더 낫다"는 강풀과 "인물 이야기는 웬만하면 삼가자"는 서장훈. 동갑내기이지만 직업부터 성격까지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조합은 시작부터 웃음을 유발한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점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남규홍PD는 "치열하게 살았고, 때문에 조명할 가치가 있는 인생을 찾았다. 정상에 오른 사람의 인생을 파고들면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서장훈은 정상에 20년 동안 있던, 꿈을 이룬 사람이다. 강풀은 한창 절정에 있다. 서장훈이 어쩌면 강풀의 미래다. 두 인생을 조명하다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두 사람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일대일'은 12일 오후 11시 15분 심판대에 오른다. 이날의 결과가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할 터. 남규홍PD가 '짝'에 이어 또 한 번 '롱런' 교양프로그램을 만들어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jay@osen.co.kr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