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의 불타는 승부욕이 시선을 끌었다. ‘승리’ 하나만 보고 가는 정형돈의 진지한 모습, 또 게임의 흐름에 따라 쏟아내는 날것의 반응들은 안방극장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조기 퇴근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두 팀으로 나뉘어 목동팀과 잠원팀을 만난 예체능 테니스 팀원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와의 게임에 볼멘소리를 쏟아냈지만 선택권은 없었다. 멤버들이 퇴근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1승 뿐. 멤버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게임을 시작했다.
특히 이날 정형돈은 성시경과 함께 한 게임에서 목동팀에 자꾸 점수를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심판의 판정에 뒤끝을 보이는 등 유독 승리에 목말라하던 정형돈은 팽팽한 랠리를 이어가며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결국 점수를 내주자 분노가 폭발해 라켓을 바닥에 집어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분명히 테니스 코트 안의 비매너.

하지만 이들의 경기에 몰입한 멤버,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 제작진, 또 시청자까지 모두 정형돈의 절박한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이 장면은 이날 경기 흐름에 꼭 필요한 장면으로 시청자를 수긍하게 했다. 또한 이는 MBC ‘무한도전’에서 ‘빡돈’ 캐릭터가 있을 정도로 욱하는 성질로 큰 웃음을 선사하는 정형돈표 개그의 연장선상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웃음을 안겼다. 정형돈은 재빠른 사과를 덧붙이면서 분노를 급 수습하고 다음 멤버로 나서는 이형택, 이규혁 팀에 설욕전을 부탁했다.
테니스 초보이지만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며 탁월한 경기 운용 센스로 ‘지니어스 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정형돈은 정작 본인은 ‘지니어스 정’이라는 별명을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테니스 초보인 자신을 향한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다른 승부욕이 바탕이 된 그의 각고의 노력을 그저 타고난 재능으로 포장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날 볼 수 있었던 정형돈의 짙은 아쉬움은 절치부심한 그가 또 어떤 경기로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안겨줄지 기대를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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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예체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