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취소합니다".
한화 포수 정범모(27)가 아주 독해졌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평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까지 전격 취소하며 훈련에 매진할 각오다. 예비 신부가 먼저 "훈련한 것이 아깝지 않느냐"며 신혼여행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예비 신부의 배려로 어느 때보다 강한 각오로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
정범모는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연일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85경기 타율 2할5푼3리 47안타 6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도루저지율 3할3푼3리로 기량 향상을 이룬 정범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된 모습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신혼여행도 취소하며 12월에도 개인훈련 일정을 잡아놓았다.

정범모는 "2년을 사귀고 결혼할 예비 신부가 먼저 신혼여행을 가지 말자고 했다. '여기서 이렇게 힘들게 운동했는데 신혼여행 가서 몸이 퍼지면 안 된다. 난 괜찮으니 운동부터 하고, 여행은 나중에 가자'고 하더라"며 "원래 하와이에 일주일 정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모두 취소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12월에 국내에라도 짬을 내서 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가지 않기로 했다. 비활동기간이지만 개인훈련에 전념하겠다"며 "예비 신부가 '여기서 운동한 게 아깝지 않느냐. 진짜 괜찮으니 다음에 가자'고 계속 말하더라. 한 번밖에 없는 신혼여행이기에 난 계속 가자고 했는데 훈련을 하라고 하더라. 예비 신부가 너그럽게 이해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신혼여행까지 포기한 정범모는 김성근 감독 체제가 되자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는 "그냥 다 내려놨다. 나 역시 새롭게 선보여야 한다"며 "감독님 말씀 못 들었나. 과거는 없다. 현재가 중요하다. 감독님이 취임식 때 하신 말씀이다. 과거에 주전을 했든 뭘 했든 그런 건 이제 의미없다. 과거는 모두 잊고 다시 맨 밑바닥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도 정범모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베테랑 조인성이 있지만 그가 144경기 모두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정범모의 송구 동작부터 교정하며 타격 연습 때도 시선을 놓지 않고 있다. 정범모는 "감독님이 팔을 내리면 송구의 컨트롤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다시 팔을 위에서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정범모. 그는 "대단한 각오라 할 것도 없다. 이제 전부 경쟁 구도이니까 모든 것을 감독님께 맡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신혼여행까지 포기한 채 훈련에 전념하는 정범모, 예비 신부의 배려에 어느 때보다 이를 악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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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