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의 죽음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1.12 10: 09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내 남편의 죽음이 그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머무르지 않고, 환자에게 너무 불리한 의료소송 제도와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이 있다면 개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故신해철의 부인 윤원희씨는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4시간 가량의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이같이 말했다. 너무 작고 여려서, 오히려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 중이다. 의료 분쟁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장협착이니, 심낭이니 천공이니 하는 단어들을 ‘기꺼이’ 함께 공부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일각에선 쉽게 말하기도 한다. 유명인이니까 뉴스를 도배하고, 경찰, 국과수, 병원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거 아니냐고. 보통 사람들은 저마저도 ‘누리기’ 어려울 거라고. 그래서 상당한 응원을 받으며 법적 움직임을 시작한 유족 측에 시기 아닌 시기 어린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보다 큰 그림을 봐야한다. 단지 이 사안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의료소송이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거다. 다른 소송 당사자들에게는 이같은 '관심'이 정말 절박할 거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말로만 ‘어렵다’고 들었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기 어려웠던 의료분쟁의 ‘디테일’이 알려지면서 이해와 공감의 바탕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 어려운 사안에 이같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전문기관이 저렇게 '신속'하게 움직이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신해철의 죽음에 누구의 책임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국과수의 최종 결과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릴 진짜 법적 공방은 그 이후에 이뤄질 수도, 안이뤄질 수도 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윤씨도 “우리 가족은 전문가의 식견과 양식을 존중하고 신뢰한다. 우리는 졸지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으로서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의문을 던졌을 뿐이다. 수술과 천공의 인과관계나 수술 후 환자상태에 대해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 전문적인 부분은 국과수나, 의사협회, 수사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적절히 판단해 주리라 생각한다”는 부분부터 강조했다.
법적 공방과 별개로, 우리는 유족이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화장하기 직전 부검을 어렵게 결정하는 복잡한 마음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로 점철된 의사의 설명,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결과를 직접 보고도 전문가의 설명이 필요한 답답함을 같이 보고 느꼈다. 
이 점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환자 입장에서 생각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첫단추다.
보통 연예인은 스스로를 공인이라고 한다. 본인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주위에서 "넌 공인이야"라는 말을 많이 해서일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들은 연금을 받으며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공인은 아니다. 그들은 대중이 외면하면 가차없이 굶어야 하는 자영업자에 가깝다. '공인'이라는 수식어는 대중이 연예인들에게 정치인이나 재력가들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위해 만들어낸 핑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신해철 역시 "공인"이라는 말을 들었으면 펄쩍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식어야 뭐가 됐든 상관 없다. '유명세'는 위력적이다. 이제 한 뮤지션의 죽음이, 그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세상 (혹은 어렵고 외롭게 싸워왔을 분쟁 당사자들의 세상만이라도)을 조금이나마 바꿀지도 모르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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