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거부한 日, 마음 속 CCTV를 보라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1.12 13: 55

[OSEN=이재원의 톺아읽기] "저도 송일국 씨의 귀여운 세 쌍둥이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
 
 가수 이승철이 지난 9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한 뒤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출입국사무소에 4시간 억류되며 뚜렷한 이유를 대지 못한 채 대한민국 국민을 되돌려 보냈다. 이승철이 이유를 묻자 "언론에 나온 것 때문"이라는 모호한 말 뒤에 25년 전의 대마초 흡연 사실을 언급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이승철의 주장대로, 지난 8월14일 독도에서 '통일송'을 부른 때문이라는 생각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합리적 추측이다. 일각에서는 대마초 흡연 때문에 입국이 거부된 것일 뿐이라는 견해도 내놓지만, 이승철은 이미 15차례 일본에 다녀왔고 공연도 연 바 있다. 폴 매카트니 역시 올해 콘서트를 가졌다. 대마초 흡연 때문이었다면, 그동안 출입을 허락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출입국 관리를 소홀히 해 왔다고 새삼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승철의 사건 사흘 전에는 일본 수영선수 도미타 나오야가 나고야에서 뜬금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카메라를 절도해 약식기소되었던 도미타가 이제 와서 "카메라를 훔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도미타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절도가 아닌데 한국에서 벌금을 냈던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훔친 게 사실이라면 아니라고 기자회견은 왜 하는 것인가.
 다행히 JOC(일본올림픽위원회)가 도미타의 기자회견에 대해 반박의 기자회견을 갖고, 도미타의 범법 사실을 다시 확인해줬다. JOC가 자국 선수를 보호한다는 논리로 함께 거짓말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물론, CCTV와 같은 물증도 있었고, JOC는 당시 한국경찰과 함께 그의 신원을 확인한 바 있기에 번복하기 어려운 사안이기는 했다.
 일본의 정치 외교 문화적 행태는 JOC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눈으로 찍을 수 있는 CCTV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다. 이승철의 입국 거부에 대해 독도를 언급하지 않아도 그 인과관계는 자명하다.
 이미 송일국에게는 외무성 차장급이 나서서 쌍심지를 켜지 않았는가. 2012년 일본 외무성 야마구치 츠요시 차관이 독도 수영 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우 송일국에 대해 "송일국은 일본에 입국하기 힘들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한 바 있다.
 이쯤되면 일본 입국이 어려운 리스트가 따로 존재한다는 이야기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이웃과 잘 지내도록 일을 해야할 외무성의 차관이 옆나라의 연예인 한 명 대해 공격적인 언사를 하는 정도가 현재 일본의 외교 수준이다. 우리가 입도지원센터 건립을 취소하며 부드럽게 나갈 때, 일본은 우리 국민의 개별 활동까지 일일히 '응징'하는 모양새다.
 문화적으로는 이미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들어 일본 메이저 5대 방송사에서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고 있다. TBS NHK가 올해 각각 '시크릿 가든' '동이'를 끝으로 한국 드라마를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 이제 한국 연예인의 개별 입국까지 거부한다면, 일본은 더욱 외로운 섬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본 스타들이 인기를 누리며 활동하는 것과 대조가 된다.
 김장훈이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상기해보자. "음악 안에서 만큼은 우정으로 함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별개로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치밀하게 계획된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그건 역사이고 진실이니까. 이것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일본은 선진국이 아닐 뿐이다. 한국 관객은 이것을 구별했다."
이재원(언론인) jjstar06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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