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가 벌써 4억 배우, 출연료도 AS가 되나요?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1.12 15: 42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요즘이야 국민 추임새가 됐지만 연예계에선 이미 20년 전부터 대박이란 단어를 강박적으로 사용했다. ‘감독님 꼭 대박 나세요’ ‘보릿고개만 잘 넘기면 대박 터질 거에요’ 등등. 한때 박중훈의 소속사 이름조차 대박기획이었으니 말 다했다. 연예계가 이따금 카지노와 비교되는 건 언젠가 누군가에게 잭팟이 터질 수 있는 기회 균등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두둑한 판돈 보유 여부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업료 지불 시기를 참고 견딜 만한 긍정적 마인드와 인내일 것이다. 이런 두 축을 기본으로 하되 결정적 변수인 행운을 내 편으로 만들지 못 한다면 결과적으로 카지노 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 흥행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연예 산업을 함축적으로 ‘한 방 비즈니스’라고 칭하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2~3년 사이 연예계에는 언제나 그랬듯 대박과 쪽박을 맞은 연예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대박 연예인으로 정우가 꼽힌다. 10년 넘게 생활고에 시달릴 만큼 무명을 전전하던 그가 작년 ‘응답하라 1994’로 흥부 부럽지 않은 황금 대박을 맞은 것이다. 난생 처음 자동차 광고도 찍었고, 팬 미팅도 했다. 출연료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런 한 방 때문에 지금도 많은 무명과 조단역들이 감독과 PD들에게 부지런히 박카스를 돌리고 있을 것이다.

정우와 소속사 입장에선 이제 ‘비포장 도로 끝, 하이웨이 진입’이겠지만 보이지 않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제작사와 투자사의 표정은 썩 밝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두세 달 만에 팬덤이 만들어진 정우를 기용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경쟁 역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응답하라’가 터지기 전 긍정적으로 출연 이야기가 오가던 영화 ‘좋은 친구들’ 측은 사뭇 달라진 정우의 출연료에 두 손 두 발을 들고 그의 뒷모습을 쓸쓸히 쳐다봐야 했다.
‘응사’ 이후 쏟아진 수십 편의 시나리오 중 정우가 택한 차기작은 영화 ‘쎄시봉’이었다. 같은 부산 출신 김윤석이 나오는 CJ의 내년 설 영화다. 이 텐트폴 영화에서 받은 정우의 출연료는 3억5000만원. ‘바람’(09) 이후 스크린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정우가 ‘응사’ 단 한 편으로 3억 배우로 점프한 것이다. 이달 크랭크 인 하는 새 영화 ‘히말라야’에선 4억을 받았다고 알려져 또 한 번 관계자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tvN이 키우고 CJ가 비싸게 재구매 한다'는 우스개도 나왔다.
배우들이 출연료를 얼마를 받든 그건 전적으로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아무리 많이 받고 싶어도 상대방이 지불 의사가 없다면 공연한 헛발질이 될 테고, 거꾸로 한없이 겸손하고 싶어도 투자사가 기대를 뛰어넘는 액수를 제시한다면 굳이 이를 거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간혹 눈 먼 돈이 떠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예계만큼 돈 앞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는 냉정한 동네도 드물다.
송강호 김윤석이 국내 최고 개런티 7억원에 러닝개런티, 제작 지분까지 가져가는 건 그들이 그만큼의 역할을 해낸다고 시장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CJ나 쇼박스 같은 거대 배급사가 자기가 먹을 파이를 배우나 감독에게 양도하면서까지 그들과 함께 하려는 건 대체제가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무리하게 독상을 받는 것보다 그들과 한 배를 타고 수익을 셰어하는 게 사업상 이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번 올라간 출연료가 웬만해선 내려가지 않는다는데 있다. 직장인들은 해마다 인사고과로 연봉이 재조정되고, 연령과 직급이 높아질수록 월급이 줄어드는 임금 피크제의 테두리에서 살지만 '영화나라' 배우들은 작품이 처참하게 망해도 출연료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상향 조정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물론 한 두 편의 작품이 망했다고 해서 모든 패인을 배우 탓으로 돌릴 순 없겠지만, 티케팅 파워에 균열이 생겼다고 판단될 땐 이전과는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관건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다. 배우들의 고정 불변 개런티가 반드시 배우들에게 이로운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두 세 편의 영화가 연속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 할 경우, 제작사가 문제의 배우를 기피하게 되는데 배우 쪽에서 먼저 자존심을 내려놓고 ‘네고 가능’을 밝히기 전엔 섭외 전화가 끊기게 돼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상생 모델은 ‘나는 죽어도 7억’을 고집할 게 아니라 '카트'처럼 작품별 예산에 맞게 개런티를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100억짜리 영화에선 당당히 7억을 받더라도 30억짜리 영화에선 스스로 1~2억으로 개런티를 줄이는 모습을 보일 때 진정 의식있는 영화인으로 대접받고 선후배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4억 받는 정우가 부럽고 배 아프다는 사람들에게 하나 묻고 싶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4억이 곧 부메랑이 돼 책임을 묻기 위해 다시 정우에게 돌아갈 텐데 그때도 과연 지금처럼 부럽고 배가 아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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