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를 지배하는 것은 결국 정신력이었다. 잇몸으로 싸운 KT가 8연패에서 탈출했다.
부산 KT는 12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홈팀 서울 삼성을 84-60으로 크게 이겼다. 이날 승리로 8연패에서 탈출한 KT는 4승 9패로 삼성과 동률을 이뤘다.
경기 전 만난 전창진 감독은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연패 걱정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한 눈치였다. 전 감독은 “모비스전에서 다 해놓고 졌다. 3점슛을 맞을 게 아닌데 김현수가 거기서 자빠지더라. 지려면 꼭 희한하게 진다. 강팀을 이겼으면 사기가 살았을텐데...”라며 혀를 찼다.

8연패를 당한 뒤 전 감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 10일 황창규(61) KT 회장이 수원 연습구장을 찾아 직접 선수들을 격려했다. 전창진 감독은 “회장님이 모비스전을 보셨다고 하시더라. ‘앞으로 얼마나 경기가 남았습니까?’라고 여쭤보셔서 창피했다. 선수들 식사도 사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면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에이스 조성민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KT의 연패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머지 선수들이 한 발자국씩 더 뛰고 있지만, 원체 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나 할 것 없이 열심히 하자고만 했다. 그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찰스가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국내선수들이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KT 선수들은 눈에 독기가 서렸다. 특히 2년차 가드 이재도는 전반전에만 홀로 16점을 몰아치며 KT를 이끌었다. 송영진, 오용준 등 최고참들도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악착같은 플레이를 펼친 KT는 전반을 43-25로 크게 앞섰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도 KT는 방심하지 않았다. 후반전에도 전태풍, 이재도, 에반 브락 등이 고르게 득점에 가세했다. 결국 KT는 4쿼터 종료 4분을 남기고 26점차까지 달아나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KT의 폭풍 같았던 플레이는 종료 부저가 울린 다음에야 비로소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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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실내체=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