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8 스토리]②박한이 당황스러웠던 3초의 기억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11.13 10: 00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통합 4연패를 차지했다. 위대한 도전 끝에 전설적인 기록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남게 됐다.
선수들은 오는 16일까지 전원 휴식을 취하게 된다. 이후 팬들과 함께 하는 축승회를 비롯한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몇몇 저연차 선수들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중인 마무리캠프에 합류할 수도 있다.
하루의 추억으로 끝나기엔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4연패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여운이 크게 남는다. 그래서 삼성 라이온즈는 이번 한국시리즈 과정에서 선수단 내부에 있었던 잔잔한 스토리를 공개하고자 한다.

▲박한이, 당황스러웠던 3초간의 기억
박해민이 부상 투혼을 발휘했던 3차전. 타석에선 박한이가 9회초 2사 1루에서 극적인 우중간 홈런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데 당일 박한이로부터 들은 홈런 순간의 상황이 다소 코믹했다.
"딱 맞는 순간 무조건 홈런이라고 직감했다. 게다가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 아닌가. 정말 중요한 상황이었고, 또한 홈런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너무나 자신있게 두 팔을 번쩍 들어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 어~ 하면서 당황스러웠다. 상대 외야수 두 명이 너무 열심히 타구를 쫓아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타구가 우중간을 뚫은 건 확실했다. 그런데 홈런이라고 생각해서 팔을 들어올렸는데 안타로 그치면 난감하지 않은가. 뒤늦게 큰일날 수도 있겠다 싶어 뛰기 시작했고 곧이어 담장을 넘어가는 걸 확인했다. 그 때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타구가 진짜 겨우, 살짝, 넘어가더라. 하마터면 망신 당할 뻔 했다".
▲최형우와 박한이가 서로를 존경한 이유
4차전을 패해 2승2패 상황. 잠실로 장소를 옮겨 맞이한 10일 5차전.
완벽하게 패하는 분위기였다. 8회 무사 만루에서 무득점에 그치면서 삼성 덕아웃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모든 구성원들이 '이런 패턴으로 지면 6차전까지 순식간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모 선수는 "최근 몇 년간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겪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역전승은 상상도 못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9회말 2사 1루 상황. 연속 2안타가 나와야 어떻게든 동점이라도 만들 수 있는 조건.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채태인이 우전안타를 터뜨리며 2사 1,3루로 조건이 바뀌었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나온 안타. 뒤이어 최형우가 극적인 우익선상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적과도 같은 끝내기 승리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대주자 김헌곤의 필사의 홈 대시도 인상적이었다. 러닝시 죽기 살기로 뛰는 김헌곤의 간절한 얼굴 표정도 화제가 됐다.
아웃카운트 26개가 쌓이는 동안 점점 초상집 분위기로 변해갔던 삼성 덕아웃은 최후의 1분간 잔칫집으로 돌변했다. 시리즈 경험이 많은 고참 선수들도 매우 흥분했다. 승리를 만끽하는 끝내기 세리머니를 한 뒤 돌아온 라커룸. 모든 선수들이 최형우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특히 박한이는 큰 목소리로 "형우야! 이젠 내가 너를 존경하기로 했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알고보니 3차전에서 박한이가 역전 2점홈런을 터뜨렸을 때 최형우가 박한이에게 "한이형, 정말 존경스러워요"라며 박수를 쳤다 한다.
'선수끼리는' 알고 있다. 두 타자가 서로를 존경하기로 한 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박한이는 9회 2아웃 풀카운트에서 홈런을 쳤고, 최형우도 9회 2아웃에서 볼카운트 2-2로 몰린 상황이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뚫고 나온 결과였다. 이날 라커룸에선 몇분간 계속해서 "말도 안돼!"라는 삼성 선수들의 자축의 탄성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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