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에는 이유가 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과 함께 한화에는 5명의 일본인 코치가 새롭게 합류했다. 하나 같이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유능한 코치들로 그 중에서 가장 중량감 있는 인물이 바로 니시모토 다카시(58) 투수코치다. 그는 일본야구에서 전설적인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1976년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 주니치 드래건스,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총 18시즌을 뛰며 통산 504경기 165승128패17세이브 평균자책점 3.20 탈삼진 1239개를 기록했다. 에가와 스구루와 함께 요미우리 원투펀치로 명성을 떨친 그는 1989년 라이벌 주니치 이적 첫 해 20승을 올리며 재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은퇴 후 한신 타이거즈, 지바 롯데 마린스,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1군 투수코치를 맡았다.

▲ 새로운 도전, 기회 준 한화에 감사
니시모토 코치에게 한국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지바 롯데 김태균, 2013년 오릭스 이대호 등 한국인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지만 투수와 타자로 맡은 분야가 달라 깊은 인연은 없었다. 전설적인 투수로 명성을 떨친 그가 이렇게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 것은 현장에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니시모토 코치는 "유니폼을 더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다. 한국에 와서 다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겠다. 야구 자체는 어느 나라든 다른 것 없다.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보며 배우고 느끼는 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그는 일본에서 야구 해설 및 평론가를 할 예정이었지만 한화의 제의를 받고 계획을 바꿨다. "난 야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한화행을 결정했다. 한화에 굉장히 감사하고, 반드시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라는 것이 니시모토 코치의 말이다.
▲ 모든 공에는 이유가 있다
니시모토 코치는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 "모든 공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로 요약했다. 그는 "공은 어떻게 던졌느냐에 따라 간다. 바깥쪽을 겨냥했는데 몸쪽으로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수 본인은 바깥쪽으로 던지려 해도 손이 몸쪽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트라이크라고 해서 무조건 컨트롤이 아니다. 포수가 바깥쪽을 요구했는데 몸쪽으로 들어온 스트라이크는 컨트롤이라고 볼 수 없다. 그건 단지 스트라이크"라며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것이 컨트롤이다. 포수가 바깥쪽을 요구하면 그리로 던져야 컨트롤인 것이다"고 했다.
현역 시절 9이닝당 볼넷 1.91개로 최고의 컨트롤을 자랑했던 니시모토 코치였지만 처음부터 컨트롤이 좋았던 건 아니라고 한다. 그는 "나도 어린 시절 컨트롤이 굉장히 안 좋았다. 커브 제구가 안 돼 포수가 앉아있는 3m 앞에서 원바운드로 던지기도 했다. 나의 현역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믿지 않지만 한 이닝에 폭투 3개 기록도 있을 정도로 컨트롤이 안 좋았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훈련을 통해 컨트롤을 잡았다. 니시모토 코치는 "20년 가까이 선수를 하며 뒤로 갈수록 컨트롤이 점점 좋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난 컨트롤이 좋고 나쁜 게 어떤지 안다"며 "절대로 공은 제멋대로 가지 않는다. 올바른 자세로 던지면 좋은 공을 안 던지려고 해도 던지게 된다. 좋은 공을 던지기 전에 좋은 자세로 던지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투구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한화 투수들에 대한 첫 인상
한화는 2009년부터 최근 6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악의 팀 평균자책점 6.35로 체면을 구겼다. 한화가 암흑기에서 벗어나려면 마운드 재건이 우선이고, 니시모토 코치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한신과 지바 롯데 그리고 오릭스까지 거치는 팀마다 투수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기대감도 높다.
한화 투수들에 대한 첫 인상으로 니시모토 코치는 "굉장히 하려는 마음이 앞서는 선수들이 많았다. 달려드는 선수가 많았다. 그런데 반대로 그런 마음이 투구폼에 나타난 것이 보이더라. 밸런스를 뒤에 잡아놓는 것 없이 바로 넘어가는 투수들이 많아 보였다"며 "좋은 공을 던져야겠다,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폼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손과 상체로만 던지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한화는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투구수를 대폭 늘릴 전망. 일본에서도 니시모토 코치는 2000구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야구선수들한테 시험지를 줘서 어떤 게 좋은 폼인지 물어보면 누구든지 100점을 맞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몸으로 익히게 하느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니시모토 코치는 김성근 감독과도 투구폼에 대해 몸을 써갈 정도로 긴밀한 대화를 나누며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시절에도 가토 하지메 일본인 투수코치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에는 니시모토 코치다.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답게 니시모토 코치가 무너진 한화 마운드를 재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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