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때 아닌 퐁당퐁당 상영인가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1.13 15: 14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인터스텔라'의 위력이 '너무' 센 걸까.
대기업이 만들고 배급한 영화가 아니라서 '독점 논란' 얘기는 강하게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스텔라'의 영향으로 다른 영화들이 때 아닌 퐁당 퐁당 상영을 당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퐁당퐁당 상영은 극장에서 영화를 교차상영하는 것, 혹은 한 영화를 관객이 적은 조조와 심야시간대 등 일부 회차만 상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실제로 과장된 얘기만은 아니다. CGV나 롯데시네마에서 '패션왕'의 상영은 하루 보통 3~4개관이 전부다. 그것도 티켓 구매력을 지닌 20~30대들이 선택하기 쉬운 저녁 시간대는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11월 극장가에서 한국 상업영화들이 졸지에 독립영화가 됐다'란 웃지 못할 말도 들린다.

'패션왕'의 13일(목요일) 상영표를 살펴보면, CGV강남에서 오후 5시 34분, 오후 10시 40분, 오전 3시 45분으로 시간이 배정돼 있다. 실질적으로 다음 날을 고려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은 한 타임 정도다. 반면 '인터스텔라'는 14개관에서 상영되며, 낮 시간에도 비교적 촘촘히 상영된다.
CGV 왕십리에서는 오후 2시 55분, 5시 20분, 10시 10분, 그리고 12시 35분 네 타임이 할당됐다. '인터스텔라'의 경우는 2D, 4D, 아이맥스까지 합쳐서 총 20여개의 상영관을 가져갔다. 메가박스 강남의 경우는 '패션왕'이 오전 8시 40분, 11시 5분과 오후 11시 30분에서만 상영된다. 롯데시네마 등 다른 극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2일 '인터스텔라'는 총 1241개, '패션왕'은 501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상영횟수를 보자면 '인터스텔라'는 5096번, '패션왕'은 2113번이 상영됐다. 2배가 웃도는 차이로 '예매점유율을 따지면 당영한 결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상영 시간대다. '패션왕' 등 다른 한국영화들이 제대로, 손쉽게 관객들을 만날 자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인터스텔라'가 극장가 파이를 넓히며 11월 비수기를 종결시켰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상영 형태에 있어 다른 영화들이 수혜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
물론 극장 측은 예매점유율과 관객수 드롭율 등을 조합, 적용해 상영관 수와 회차를 조절하는데, 이 부분에서 '인터스텔라'에 대한 쏠림 현상은 일면 설명된다. 13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인터스텔라'는 87.3%, '카트'는 5%, '패션왕'이 1.4%의 예매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인터스텔라'가 극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린수의 제약 등 외국 극장 상업과는 또 다른 한국 시장에서 이런 경우를 대비해 영화계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꾸준히 있어 왔다. '패션왕' 측은 10대 관객을 조준, 수능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데, 과연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될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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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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